1970년대 남북적십자회담 만찬장…리모델링 거쳐 내년 3월 오픈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고급 한식당으로 유명한 삼청각 리모델링에 들이는 비용을 42억원으로 확정했다.
서울시는 애초 110억원을 투입해 낡은 시설을 고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과하다는 외부 지적을 받고 이를 42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3월까지 총 42억6천만원을 투입해 삼청각을 고친다. 리모델링에 30억원, 보수보강공사에 12억6천만원이 소요된다.
시는 다음 달 설계 공모를 통해 리모델링 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내년 1∼3월 공사를 할 계획이다. 새로운 삼청각은 내년 4월 문을 연다.
당초 서울시는 110억원을 들여 삼청각 중심 건물인 일화당과 별채 한옥 5동 등 노후화된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본 뒤 민간에 운영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 투입은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시의회 지적 등이 이어진 끝에 총 사업비가 4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972년 성북구 북악산 자락에 지어진 삼청각은 남북 적십자회담 만찬이 열리는 등 1975년까지 국빈 접대·회담장으로 공식 사용됐다.
1970년대엔 여야 정치인들이 회담 장소로 애용하면서 '요정 정치'의 산실로 불렸다.
요정 문화가 쇠퇴하면서 1997년 일반음식점으로 바뀌었으나, 경영난으로 건설회사에 팔려 고급빌라 건설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후 삼청각을 보존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가 2001년 사들여 전통 공연장·한식당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 산하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한다.
삼청각 시설이 낡은 데다 2013년부터 내리 적자를 내자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삼청각을 '한식 문화의 전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청각 건물 중 가장 큰 일화당은 한식당은 물론 전통혼례·대규모 공연을 열 수 있는 복합시설로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다.
청천당, 천추당, 취한당 등 별채 한옥은 시설 안정성을 높이는 수준으로 보수 공사를 하기로 했다. 별채는 궁중음식·사찰음식·발효음식·다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관으로 만든다.
야외공간은 야외공연장, 푸드 프리마켓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관건은 삼청각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민간업체를 찾는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삼청각 운영권 입찰을 했으나 연달아 유찰됐다. 결국, 세종문화회관이 1년 더 맡아 운영하게 됐다.
삼청각 임대료가 연 15억원으로 높은 데 비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점이 민간업체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한 끼 식사 가격이 7만2천600원에서 19만8천원인 고급 식당 삼청각이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세 번째 입찰공고를 내면서 7개월 만에 다시 위탁업체 물색에 나섰다. 다음 달 10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는다.
위탁 기간은 내년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3년간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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