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 평가 등 결론 임박
대법원장, '판사회의' 조사권 위임 요구에 조만간 입장 표명할 듯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가 '법원 고위간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기존 진상조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26일 소집된다.
지난달 시작한 심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여 윤리위가 조만간 내놓을 결론은 사법부에 파문을 몰고 온 이번 사태의 전개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리위는 26일 회의에서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와 분산 등 비판적 내용을 담은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학술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에 행사 축소를 주문한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관련자의 책임 소재와 징계 권고 필요성을 논의한다.
윤리위는 이인복 전 대법관이 이끌었던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부실했는지도 판단할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에 비판적 성향을 보인 일부 판사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성격의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조사위 결론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회 측은 이런 문건이 인사에 영향을 끼쳐 비판적 성향의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 아니냐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법원은 기획 업무를 맡은 법원행정처 판사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정리한 수준을 넘지 않으며 그런 내용이 일정 기간 각급 법원의 근무평정을 토대로 정해진 단계를 거쳐 여러 관계자의 판단이 쌓여 이뤄지는 법관 인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족한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는 조사가 미흡하다며 블랙리스트가 저장된 것으로 의심되는 행정처 컴퓨터를 직접 조사하겠다고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윤리위가 조사위의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이 전 상임위원보다 '윗선'의 책임 등을 거론할 경우 현 갈등 국면에서 대법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본 조사위의 판단에 수긍한다면 이달 19일 대표판사 100명의 회의를 기점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판사회의 측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를 4월 윤리위에 회부했으며, 윤리위는 조사위의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한 뒤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26일 3차 회의에서 논의가 마무리될 경우 결과는 1∼2일 후 공표될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도 윤리위가 결론을 발표할 경우 이를 지켜본 뒤 판사회의 측이 요구하는 조사권 위임 등에 대한 입장을 이달 중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는 법원 내외부 인사 11명으로 구성되며 명단은 비공개다. 당연직인 김창보(58·15기) 행정처 차장은 결론의 중립성을 위해 회의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부 내에서는 대법원장 권한 분산, 관료화된 행정처 분위기 쇄신 등 판사회의 측의 문제 제기에는 공감하지만, 국제인권법연구회 내부의 '강성' 판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비밀주의',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판사회의측 활동 방식에 대한 비판 역시 적지 않아 의견이 분분하다.
법원의 한 판사는 "윤리위의 결론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가 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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