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사법분과, 내일 개헌 초안 발표·토론
전관예우 금지·법관 임기제 삭제·대법관 증원 등 포함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고 국회표결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진 가운데 헌재소장을 재판관 9인의 호선(互選)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개헌특위 자문위 사법분과는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는 헌법 111조 4항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한다'로 고치는 개헌 초안을 최근 마련했다.
여기에는 '제왕적 대법원장'과 달리 헌재소장이 헌재 운영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우며, 재판관 중 1명일 뿐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국회와 대통령으로부터 헌재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헌재소장 호선은 외국 사례를 두루 검토해 도출한 방안으로 보인다. 현재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터키, 태국 등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2공화국 헌법하에서 비슷한 법 조항을 둔 적이 있었다.
헌재소장을 재판관끼리 합의로 정하게 되면 그 임기의 정치적 의미도 축소되기 때문에, 소장의 임기를 재판관 임기와 별도로 정할 필요가 사실상 없어진다. 호선된 재판관의 잔여 임기를 소장으로서의 임기로 보면 그만이다.
개헌 초안 작성에 참여한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권위주의적인 정치 문화, 강한 연고주의 등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헌재소장 호선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개헌특위 자문위의 이런 아이디어가 국회에서 그대로 채택될 경우 강도 높은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마치고도 수십 일째 인준안 표결 표류로 '권한대행'을 떼지 못한 김이수 후보자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자문위가 절차의 수월성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자문위는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재판관은 국회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을 제안했는데, 다당제하에서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요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대통령이 재판관 9명을 임명하되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돼 있다.
정태호 교수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문위 사법분과의 개헌 초안을 발표하고, 공개 토론할 예정이다.
초안에는 헌재소장 호선 외에도 법관 인사를 맡는 사법평의회 신설, 전관예우 금지의 헌법 명문화, 법관 임기제(10년) 삭제와 해임 징계 도입, 24명으로 대법관 증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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