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룽·판젠동·쉬신, 단식 32강전 치른 후 16강전 기권
갑작스런 감독 교체 원인…중국 당국 "철저한 조사" 지시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남자탁구 세계랭킹 1~3위 중국 선수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 도중 갑자기 '보이콧'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5일 AFP와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청두에서는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중국 오픈이 열리고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중국은 남자의 경우 세계랭킹 1위 마룽과 2위 판젠동, 3위 쉬신 등이 총출동했다.
마룽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우승자로, 이달 초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판젠동과 쉬신은 마룽에 버금가는 세계 최상위 선수들이다.
이들은 지난 22일 열린 남자 개인단식 32강전을 무난히 통과했다. 23일 밤 단식 16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갑자기 16강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1명도 아닌 3명 모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판젠동과 쉬신은 23일 낮(현지시간 오후 2시40분)에 열린 복식 8강은 출전했으나 홍콩 선수들에 1-3으로 패했다.
마룽은 같은 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장지커(4위)와 복식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랭킹 1~3위의 이들은 같은 날 오후 7시40분(현지시간)부터 치르기로 돼 있던 16강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이 갑자기 출전을 기권한 데에는 중국 탁구를 이끌었던 류궈량 감독이 갑자기 사령탑에서 물러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궈량은 2003년부터 대표팀 코치를 맡아오다 2013년부터 감독을 역임했다.
그러나 중국탁구협회가 대회 16강전을 앞둔 지난 22일 류궈량을 협회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류궈량은 중국 탁구 감독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것.
2020년 도쿄올림픽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마룽 등 이들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은 중국 SNS 웨이보에 "우리는 경기하고 싶지 않다. 류궈량이 그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16강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류궈량이 협회 부회장으로 올라간 것이 '영전'이 아닌 사실상 감독직 경질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같은 탁구 대표팀의 '보이콧'에 중국 체육당국도 발끈했다.
중국체육총국은 "선수들의 경기 불참은 프로 정신을 위반한 것이자, 상대 선수들과 관중들을 무시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협회가 이번 사태를 조사해 엄중하게 다룰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ITTF도 "3명의 선수가 갑자기 출전을 철회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중국탁구협회가 이번 사건을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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