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요르단 의회가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형사소추하지않고 면책하는 법을 조만간 폐지할 전망이라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르단 법원은 이 법안을 폐지하는 안을 표결하기 위해 단식 성월 라마단이 끝난 뒤 이르면 이달 말께 임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법은 중동 지역의 과거 부족사회에서 비롯되는 악습에서 비롯됐다.
자신의 부족 여성이 다른 부족에게 성폭행당하면 이를 수치로 여겨 같은 부족이나 가족의 남성이 피해 여성을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 살인'을 저지르곤 했다.
피해 여성은 가족에 의한 명예 살인 당하거나,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성폭행범과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했는데 이런 가부장적인 폐습이 근대에도 이어진 것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이 법은 이집트, 모로코에서는 폐지됐지만, 명문상으론 튀니지, 레바논, 시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알제리, 팔레스타인, 요르단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중동의 여성 인권단체들은 이를 폐지하려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AP통신은 성폭행범과 결혼해야 했던 요르단의 15세 소녀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소녀는 형부에게 성폭행당한 뒤 남자 형제들의 명예 살인이 두려워 형부와 결혼했다. 형부는 결혼 당일 이 소녀를 쫓아냈고, 이 소녀는 양육비도 받지 못하고 성폭행으로 임신해 출산한 아이와 살고 있다.
요르단 여성운동가 아스마 카데르는 "이 법은 남자들은 어떤 짓을 해도 처벌받거나 비난받지 않는 사회의 가부장적 관습"이라고 비판했다.
요르단에선 지난해 여성을 살해해 기소된 사건 36건 가운데 8건이 명예 살인이었다.
요르단에서는 이 문제의 법 외에도 아내나 여성 친척을 죽일 경우 일반 살인보다 감형하거나, 여성의 위험한 불법 행위로 남성이 극도로 화가 났을 때 살인하면 1년 형만 선고하는 법도 잔존한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이 1년형조차 피해자 가족이 고소를 취하하면 6개월로 줄어드는 법 조항도 법전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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