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셰일오일의 증산 공세에 OPEC 감산 효과는 이미 소멸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25일 한국석유공사와 외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44.8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53달러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WTI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하루 뒤인 22일(현지시간) 43.50달러로 장을 마쳤다. 역시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올해 1월부터 원유 감산에 들어가며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보였던 점에 비춰보면 감산에 따른 가격 지지 효과는 진작에 소멸한 셈이다.
감산 조처 훨씬 이전 수준까지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 연장에 합의한 게 지난달 말이었는데 채 한 달도 못 돼 감산 연장의 약효도 사라졌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22일과 23일에 거푸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43∼45달러 선이다.
유가 약세의 원인은 무엇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가 꼽힌다.
셰일오일 업체들은 2014년 이후 저유가 국면이 도래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줄였지만 지난해 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5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하나둘 채굴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5만 배럴로 2015년 8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또 미국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미국의 원유 시추기 수는 전주보다 11기 증가하며 758기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말부터 23주째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인데, 이 기간 증가한 시추기는 236기에 달한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감산 면제 조처를 받은 산유국들이 예상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점도 유가 약세의 원인이다.
나이지리아의 8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200만 배럴 이상에 달하며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급기야 시장에선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오일·가스 컨설팅회사 FGE의 퍼레이던 페샤라키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에너지경제학회에서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페샤라키 회장은 "올해 유가가 50달러 수준을 유지하려면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량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추가적인 노력 없이는 공급 과잉이 악화돼 내년 유가에 하강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도 "유가가 하락 추세에 있으며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OPEC 내부에서도 추가 감산론이 나온다.
이란의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은 OPEC 회원국들이 감산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OPEC의 맹주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장관은 이보다 앞서 "감산이 결국 효과를 낼 것"이라며 현행 유지를 시사했다.
하반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유가가 회복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하반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최소 20% 이상 높은 시기"라며 "이로 인해 원유 재고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면 시장이 달리 반응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우디가 내년 하반기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IPO(기업공개)를 하는데 그때까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가가 폭락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란 점도 변수"라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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