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날개·나의 사촌 레이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린다 살인사건의 린다 1·2 = 스웨덴 범죄학자 레이프 페르손(72)의 장편소설.
소설은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는 범인의 속옷과 운동화·DNA까지 남아있지만 어느 것도 수사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괴팍한 성격의 국가범죄수사국 경감 에베르트 벡스트룀이 1천명 넘는 남성의 DNA를 모으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데 실패한다.
"스무 살 미모의 수습 경찰 강간 후 교살." 피해자의 이름은 언론에 의해 전국에 알려지지만 범인은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성폭행과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마저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여성들은 어느 순간 언론에서 선호하는 기호로 단순 변환되었다. 기호학 용어에 따르면 그들은 일종의 상징이 되었다. 언론은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그 순간까지도 피해 여성을 거듭 활용했다."
엘릭시르. 이유진 옮김. 1권 324쪽, 2권 380쪽. 각 1만3천500원.
▲ 바람의 날개 = 올해로 등단 60주년을 맞은 작가 정연희(81)의 소설집. 문명비판과 자연회귀, 생명과 영혼 등을 주제로 2010년 이후 쓴 단편 9편을 묶었다.
맨 앞에 실린 '그물코'는 두 여성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영혼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게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술집 '피안'의 주인 점순은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시집도 못 가고 서울로 쫓겨난다. 부엌데기로 시작해 갖은 고생을 하다가 20년 만에 술집 주인이 됐다. 도희는 서울의 명문 대학에 입학했지만 교수와 불륜을 맺고 학교를 떠난 뒤 점순의 술집에 들어간다.
"갈망이었을까. 갈망을 껴안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림자놀이처럼 헛것을 향해 허공을 더듬던 한 생이었다. 탐욕도 분노도 근거가 없어진 어리석음뿐. 파멸에 이르러 비로소 눈 뜨는 삶의 실체를 미리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
개미. 376쪽. 1만5천원.
▲ 나의 사촌 레이첼 = '서스펜스의 여제'로 불리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가 1951년 발표한 장편소설.
스물네 살 청년 필립은 부유한 사촌형 앰브로즈의 황망한 사망 소식을 듣는다. 앰브로즈의 부인 레이첼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앰브로즈가 레이첼에게 살해당했다고 확신한 필립은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검은 상복 차림으로 나타난 레이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든다.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오가는 이 소설은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최근 영화로 제작했다.
현대문학. 변용란 옮김. 572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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