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교육·감독 책임을 학생들에 전가하는 건 가혹"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학교가 거짓으로 학점을 부여한 사실이 적발돼 의학사 학위가 취소될 위기에 몰렸던 서남대 의대 졸업생들이 가까스로 학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6일 전북 남원의 서남대를 운영하는 서남학원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감사결과 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의대 졸업생들의 학위취소 시정명령 등을 취소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위취소 사유가 인정되지만 이미 부여한 학위를 취소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의대 졸업생들에게 너무나 가혹해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위법하다는 원심판결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2012년 12월 서남학원과 서남대를 감사한 결과 임상실습과목 학점 취득을 위한 수업 이수시간이 모자란 학생 148명에게 학교가 거짓으로 학점을 부여해 이 중 134명이 의학사 학위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대학부속병원에 실습과목에 맞는 입원 및 외래 환자가 없어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준 것이다.
교육부는 이듬해 1월 서남대에 148명에게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고, 134명에게 수여한 학위를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서남대는 교육부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학교가 제공한 임상실습이 부실하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은 부실교육의 당사자인 학교와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에 있고, 실습에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밖에 대법원은 ▲ 교양과목 미이수 학생에게 수여한 학위 ▲ 기준 미달의 인턴·수련의 과정에 참여한 학생에게 준 학점 ▲ 위촉 자격이 없는 외래교수의 위탁실습 수업을 들은 학생에게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2011년 이후 잇따라 부실대학으로 지정되고, 설립자의 교비 횡령으로 경영난을 겪은 서남학원은 오는 8월 31일 서남대를 폐교하고 학원도 해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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