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그렇게 부모를 끔찍이 여기던 효자였는데…."
부모의 농사를 돕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가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별이 됐다.
26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군산시 임피면 논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문경민(45)씨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 인체조직을 기증한 뒤 영면했다.
문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돕다가 사고를 당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사고 당일 모내기를 도우려고 트럭에 모판을 싣던 중 제동장치가 제어되지 않은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문씨는 주택 벽과 트럭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
이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 아버지는 문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군산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문씨는 부모와 함께 살아왔으며 이날도 휴일을 맞아 농사를 돕다가 변을 당했다.
문씨의 지인은 "문씨는 어르신이 물건을 들고가면 아무리 바빠도 들어줄 정도로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성품을 가졌다"며 "이리도 착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더욱 애달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족은 이런 고인의 삶을 기리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문씨의 가족 일부도 장기기증 절차를 밟던 중 생명나눔의 숭고한 의미를 깨닫고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남동생인 문성민(39)씨는 "형의 장기기증 절차를 밟으면서 장기기증을 통해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데 크게 감동했다"며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 서약서를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씨가 기증한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는 환자 5명에게 이식됐다.
인체조직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유희철 전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려준 고인과 유족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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