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울려퍼진 시골 초등학교, 폐교 위기 벗었다

입력 2017-06-26 11:46  

합창 울려퍼진 시골 초등학교, 폐교 위기 벗었다

음성 오선초,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하니 거짓말처럼 학생 유입

민주적 학교 운영 더해져 5년 만에 전교생 59명→93명 늘어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5년 전인 2012년 충북 음성군 금왕읍 오선초등학교의 전교생은 59명이었다.

주변에 상가 하나 없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보니 2000년대 중반 100여 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반 토막 났다.

획기적인 학생 유인책을 내놓지 않는 한 통폐합의 거센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존폐 위기에 놓였던 이 학교 재학생은 93명이다. 5년 만에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방이 논과 나무, 풀 뿐인 이 학교는 북적거리는 학생들의 활기찬 움직임 속에 합창 소리, 악기 연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5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선초의 꿈만 같은 학생 수 증가는 예술꽃 씨학학교의 성공적 운영 덕분이다. 이 학교는 정광규 교장 부임 이후인 2013년 6월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에 응모,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예술꽃 씨앗학교는 공연예술, 음악예술, 시각예술, 통합예술 등 4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을 돕는 사업이다. 전교생 '1인 1예능활동' 지원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오선초는 음악·합창 분야 학교로 지정됐다. 합창단은 4∼5학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저학년들도 정규 음악 시간에 합창 수업을 받아 사실상 전교생이 참여하게 했다.

합창단은 '뮤페라(뮤직+오페라)' 형식으로 운영했다. 교사와 합창 강사의 도움을 받아 대본을 만들고 곡을 붙여 연습했다. 합창과 스토리를 합친 '스토리 뮤직'인 셈이다.

합창단은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공부를 강요하는 학부모 간 갈등을 표현한 '오선이의 꿈'을 2015∼2016년에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이들은 합창과 함께 클래식 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 악기도 익혔다.

합창단을 지도했던 한 교사는 "음악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졌고,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현재는 예술꽃 씨앗학교에서 새싹학교로 변경됐다.

공모 교장인 정 교장은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자신부터 모든 아이의 이름을 외워 불러주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했다. 학교 텃밭에 재배한 농작물을 아이들부터 나눠주기도 했다.

오선초의 교육 과정이 우수하고, 학생·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오기 시작했다.

2012년 59명까지 감소했던 학생 수가 2013년 72명, 2014년 84명, 2015년 86명, 지난해 98명, 올해 93명 등 증가일로에 있는 배경이다.

김춘애 교감은 "예술꽃 씨앗학교의 성공적인 운영과 교장 선생님의 민주적 학교경영 철학에 힘입어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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