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대처로 화키웠다"…손실규모 사상 최대·'제조업 강국' 자존심 추락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결국 올 것이 왔구나."
에어백 결함으로 1조엔(약 10조2천300억원)대의 손실을 보며 경영 위기에 빠졌던 일본 다카타가 26일 도쿄지방재판소에 민사재생법(파산에 해당) 적용을 신청하자 일본 경제계에서는 이런 탄식이 쏟아졌다.
특히 다카타 사가(佐賀)현 공장 주변에 있는 하청업체 사이에서는 "미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연쇄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내 다카타의 1차 하청업체만 130개사가 있고, 이 가운데 40%가 사가현 주변에 몰려있다.
협력업체 뿐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다카타의 파산 신청에 따른 충격이 큰 것은 이 회사가 1조엔을 훌쩍 뛰어넘는 천문학적 부채 규모와도 무관치 않다.
2016년 11월 파산한 파나소닉 플라스마디스플레이의 부채 5천억엔의 두배가 넘으며 전후(戰後·2차대전 패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에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었던 샤프가 대만의 폭스콘에 편입되는 '굴욕'을 격은지 1년만에 '에어백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 회사가 파산한 것도 충격의 강도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 전자·원전 업체였던 도시바가 미국의 원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에 대해 파산신청을 하고 반도체 부분을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게 된 것도 일본의 자존심을 더없이 추락시켰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충격도 크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2010년 도요타가 가속페달이 매트에 끼이는 등의 안전 결함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1천만대 이상 자동차를 리콜하며 주가하락, 판매 감소 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조작 문제가 이슈가 되며 매출 감소로 결국 닛산자동차에 인수되는 등 홍역을 겪었다.
이런 파문이 어느정도 진정세를 보이는 와중에서 다카타 파산이란 악재가 터지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 전체의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카타의 경우 어어백 결함이 처음 문제된 것이 2008년이다. 벌써 9년이 지났음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이 회사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문제 에어백 회수가 늦어지며 지금까지 문제가 이어지며 파산이란 사형선고를 받게 된 것은 초기 단계에서 다카타가 결함을 인정하고 자동차 메이커들과 협력해 부품 생산 확충 및 신제품 개발 등의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도 "다카타가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카타 경영진이 시간을 끌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파산이란 최악의 '단죄'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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