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연구 권위자 에드워드 윌슨·베르트 횔도블러 집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11년 미국의 곤충학자인 윌리엄 휠러 교수는개미 집합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초유기체'(superorganism) 개념을 고안했다. 한동안 힘을 잃었던 이 개념은 에드워드 윌슨(88)과 베르트 횔도블러(81)가 2008년 출간한 '초유기체'(원제: The Superorganism)를 통해 조명받았다. 두 사람은 1990년 책 '개미'(The Ants)를 공동 출간한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9년 만에 국내에 번역된 책에 따르면 초유기체는 역할 분담과 의사소통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군락이다. 번식을 전담하는 계급과 불임인 일꾼 계급으로 나뉜 군락에서는 분업과 협업이 조직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군락살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집단이 백악기에 처음 지구에 등장해 1억 년이 넘도록 번성 중인 개미다.
책은 지구상의 다양한 개미 집합체를 중심으로 '벅스 라이프'가 얼마나 질서 정연하고 정교하며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개미들은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과 접촉, 진동 자극 등을 통해 수십 가지 신호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이 신호들을 통해 적을 구별하고, 무너진 둥지 아래를 파고들어 동료를 구해내고, 멀리 떨어진 곳의 먹이를 찾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멕시코와 중남미 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이타니족 잎꾼개미의 사례다. 책은 동물계에 알려진 것 중 가장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와 가장 정교한 계급 체계, 환기가 가능한 둥지, 개체가 수백만에 달하는 잎꾼개미를 소개하며 "지구상의 궁극적인 초유기체"라는 찬사를 보낸다.
5년간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600쪽의 책을 읽다 보면 사회적 곤충의 집합체가 인간 사회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여전히 사회적 곤충과 인간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사회성 곤충은 본능에 의해 철저히 지배당하지만 인간에게는 지능과 빠르게 진화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이해하는 잠재력을 통해 우리의 자기 파괴적 갈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판은 일본왕개미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임항교 메릴랜드 노트르담대 생물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사이언스북스. 임항교 옮김. 599쪽. 5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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