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챔피언십의 여왕' 박인비 "여름이 왔다" 대회 최다승 도전

입력 2017-06-27 04:03  

'LPGA챔피언십의 여왕' 박인비 "여름이 왔다" 대회 최다승 도전

30일 개막 시즌 두번째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유소연과 우승 경쟁

일본으로 옮긴 신지애도 모처럼 미국 원정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박인비(29)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잠시 허탈감에 빠졌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세계랭킹 1위에다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과 명예의 전당 입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니 더는 이룰 목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박인비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분명한 목표를 하나 설정했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박인비는 "올해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당시 "세계랭킹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만약 세계 1위를 해보지 못한 선수라면 모를까 세계랭킹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가 보는 '큰 그림'은 메이저대회에서만큼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뛰어넘는 것이다.

소렌스탐은 메이저대회에서만 통산 10차례 우승했다. 박인비는 7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모았다. 3개를 보태면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4개를 추가하면 소렌스탐을 추월한다.

박인비는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보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필즈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박인비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회 명칭은 창설 이래 줄곧 LPGA챔피언십이었지만 2015년부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운영을 맡으면서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대회는 '박인비의 대회'나 다름없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연장전 끝에 우승했고 2015년에는 5타차 완승이었다.

1955년 시작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US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은 소렌스탐과 박인비 둘 밖에 이룬 선수가 없다.

박인비는 세 차례 우승을 모두 다른 코스에서 따냈다. 소렌스탐은 3연승 가운데 두 번은 같은 골프장에서 일궈냈다.

같은 3연패지만 굳이 따지자면 박인비가 더 난도가 높은 셈이다.

박인비 이번에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우승한다면 대회 최다승 기록을 넘어설 수 발판을 마련한다. 이 대회 최다승은 미키 라이트(미국)가 1958, 1960, 1961, 1963년에 각각 우승하며 세운 4승이다.

이 대회에서 3승을 거둔 선수는 박인비를 포함해 5명이지만 박인비를 뺀 4명은 모두 은퇴했다. 5명에는 소렌스탐, 박세리(40)도 포함됐다. 박인비가 우승하면 골프 인생에서 '등대'로 여겼던 소렌스탐과 박세리를 모두 뛰어넘는다.

박인비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는 몰라보게 집중력이 강해지고 샷과 퍼팅이 좋아지는 이유는 자신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박인비가 무더운 여름에 컨디션이 최고조에 오르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박인비는 늘 "여름이 기다려진다"고 말해왔다. 특히 허리 통증과 손가락 부상 후유증은 더운 여름이면 씻은 듯 낫는다.

올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시카고 인근 지역은 이맘때면 한국의 여름만큼 무덥다.

그러나 박인비의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4번째 우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워낙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아서다.

얄궂게도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둘도 없이 가까운 후배 유소연(27)이다. 박인비와 유소연은 지난해 메니지먼트 회사를 옮길 때도 함께 움직일 만큼 친하다. 박인비가 가장 아끼는 후배가 유소연이고, 유소연이 가장 따르는 선배가 박인비다.

유소연은 현재 LPGA투어 1인자다. 세계랭킹 1위를 꿰찼고 다승, 상금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 평균타수 등 전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제패한 유소연은 메이저대회 2연승을 노린다. 이미 2001년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던 유소연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마저 우승한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유소연은 이 대회 전초전 격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해 기량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했다.

전인지(23), 박성현(24)도 만만치 않다.

전인지는 난도가 높고 까다로운 세팅의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두차례 LPGA투어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에서 올렸고 일본에서도 메이저대회에서 2승 수확했다.

박성현 역시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였다. 지난해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두번은 우승 문턱까지 다다랐다.

전인지와 박성현은 올해 유난히 상위권 입상이 잦으면서도 우승이 없어 이번 대회에서 나서는 각오가 남다르다.

김인경(29), 양희영(28), 이미림(27), 김세영(24) 등 올해 우승 맛을 본 4명도 시즌 두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장식하겠다는 출사표를 냈다.

특별 초청 선수로 나서는 신지애(29)도 주목할 대상이다. 박인비에 앞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LPGA투어에서 통산 11승을 올렸지만 홀연히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신지애는 모처럼 미국 본토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유소연에 세계랭킹 1위를 내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지난 2년 동안 세계랭킹 1위를 독주했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 미국 여자 골프의 에이스 렉시 톰프슨(미국) 등도 넘어야 한다.

지난달 마이어 클래식 정상에 올라 부진에서 벗어난 작년 챔피언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대회 2연패를 바라보고 있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은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아마추어 선수는 출전시키지 않는다.

오로지 프로 선수에게만 출전 자격을 준다. 다만 투어 프로뿐 아니라 레슨 프로와 골프장 헤드 프로에게도 출전 기회를 준다.

올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올림피아필즈 골프장은 1915년 문을 연 유서 깊은 명문 코스다.

우리로 치면 문화재 격인 미국 국가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1928년과 2003년 US오픈, 1925년과 1961년 PGA챔피언십 등 네차례 PGA투어 메이저대회를 유치한 데서 알 수 있듯 미국 최고 수준의 코스 레이아웃과 관리 상태를 자랑한다.

PGA투어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미국 명문 골프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PGA투어에는 코스를 내주지 않았다.

올림피아필즈 골프장 역시 LPGA투어 대회가 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2015년 대회 운영을 미국프로골프협회에 넘어가면서 전통의 명문 코스에서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2015년 웨스트체스터 골프장, 작년 사할리 골프장은 모두 여자 대회는 처음 유치했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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