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깟 기름이 뭐라고"…유조차 폭발 참사에 온 마을 비탄에 잠겨

입력 2017-06-26 17:25  

"이깟 기름이 뭐라고"…유조차 폭발 참사에 온 마을 비탄에 잠겨

이드 명절에 대형 참사와 테러로 우울한 파키스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이깟 기름이 무슨 소용입니까. 이제 이 기름을 어디에 쓸까요?"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 바하왈푸르 도로에서 벌어진 유조차 기름 화재폭발 사고 당시 다른 주민들과 함께 차에서 흘러내린 기름을 뜨러 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모함마드 샤비르는 기름이 든 양동이를 가리키며 허탈하게 말했다.


26일은 국민 97%가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라마단 기간 금식 등 철저한 금욕생활을 무사히 마쳤음을 감사하며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가 시작하는 날이다.

하지만 전날 153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유조차 화재 사고와 최근 잇따른 테러로 파키스탄 곳곳이 애통해 하고 있다고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특히 유조차 화재사고로 100여 명의 주민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사고 현장 인근 아메드푸르 이스트 마을은 마을 전체가 비탄에 잠겼다.


이 마을 주민 칼리드 아메드는 이번 화재로 12명의 친척을 잃었다며 이 가운데 1명의 시신은 수습했지만 11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조차가 4만 리터에 이르는 기름을 담고 있던 터에 한꺼번에 불이 붙어 폭발하면서 대다수 희생자 시신은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 출신 마크둔 시에드 하산 길라니 의원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가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도 주민들의 탐욕과 무지도 참사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길라니 의원은 주민들이 자신들도 쓰고 팔기도 하려고 여러 차례 기름을 집으로 퍼 날랐다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주민들이 자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기름 유출 사실을 이웃 친척들에게 서로 전화로 알리며 어서 가져가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한 심장 수술 경과 점검차 영국을 방문 중이던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사고가 나자 일정을 단축해 귀국, 26일 현장을 찾았다.

샤리프 총리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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