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서 7월 1일부터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흘러갔는데/ 복사꽃 화사한 봄 정취는 신혼 때 같구려/ 살아 이별하고 죽어 헤어짐이 늙음을 재촉하지만/ 슬픔은 짧았고 기쁨은 길었으니 성은에 감사하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결혼 60주년 회혼례(回婚禮)를 사흘 앞둔 1836년 2월 19일 병중에서 부인 풍산홍씨 홍혜완(1761∼1838)을 위해 회근시를 지었다. 다산은 1776년 결혼해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한 부인을 향한 연정을 시로 표현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처럼 다양한 선조들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을 내달 1일부터 12월 16일까지 장서각에서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한형조 장서각 관장은 "사랑의 역사라는 주제가 낯설고 도발적일 수 있다"면서도 "남녀의 만남과 이별, 부부간 갈등, 치정의 칼부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로맨틱과 플라토닉', '강렬한 애정과 육체적 욕구의 표현', '어긋난 사랑 그리고 이별', '파국, 희대의 스캔들', '검은 머리 파뿌리', '그대 떠나고 나서' 등 6개 세부 주제로 구성되며, 서화 7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 유물 가운데에는 내용이 파격적인 글도 있고, 가슴을 울리는 편지도 있다.
김천택이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엮어 펴낸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하룻밤을 보낸 남성을 잊지 못하는 여인의 심리를 표현한 사설시조가 실렸다.
1998년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 편지'에는 젊은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담겼다. 원이 엄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이응태(1556∼1586)를 원망하면서도 꿈속에서라도 그리움에 대한 답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외에도 정조가 노총각과 노처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진행한 혼인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희곡 작품인 동상기(東床記), 19세기 양인 여성이 불화를 겪는 남편과 이혼하게 해 달라며 쓴 편지가 전시된다.
한형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의궤처럼 화려한 그림이나 시권처럼 묵직한 논설이 없고, 이야기만 있다"면서 "너무 많이는 말고 한두 꼭지만, 느리게 음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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