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하원의원 조아킴 손포르제 "韓-佛 잇는 역할 하고 싶어"

입력 2017-06-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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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랑스 하원의원 조아킴 손포르제 "韓-佛 잇는 역할 하고 싶어"

스위스 지역구 당선 한국계 입양인 "차별과 맞서는 프랑스…누구도 출신 묻지 않아"

"의사로 일할 때보다 경제적 수입은 적지만 보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서른네 살의 젊은 프랑스 하원의원.

인터뷰 장소인 제네바 시내의 작은 카페에 도착할 때부터 조아킴 손포르제(34) 의원의 휴대전화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그를 찾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역구인 제네바에서 사무실도 구해야 하고 보좌관도 채용해야 하는 등 당선 후 하루 24시간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달 18일 결선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짓고는 내내 파리에 머물렀다. 당선 신고를 하고 그동안 선거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당선 확정 후로는 처음으로 26일(현지시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무더운 여름 공기를 깨고 단도직입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했다.

동양의 낯선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태어난 청년이 어떻게 프랑스의 하원의원이 될 수 있었을까. 한국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차별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그는 "프랑스는 많은 이민자로 이뤄진 나라다. 이번에 중국 출신의 초선 의원도 있다. 한국 출신 프랑스 정치인은 있었지만 아마 중국인은 처음일 거다"라며 웃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지낸 플뢰르 펠르랭 전 장관, 장뱅상 플라세 상원의원도 모두 한국 출신이지만 하원의원은 그가 처음이다.

트위터에서 익명으로 그의 출신을 거론하는 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극소수였고 그는 프랑스인은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차별에 맞서면서 통합을 위해 싸우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앙 마르슈'가 이번에 많은 여성 의원과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의원을 배출한 것도 그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레퓌브리크 앙마르슈(REM·전진하는 공화국) 후보로 스위스·리히텐슈타인 지역구에 출마해 7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577명의 하원의원 중 한 명이 됐다.

후보로 출마하려면 치열한 경선도 거쳐야 했는데 동양인이라는 게 핸디캡이 되지는 않았다.

1983년 7월 서울 마포의 한 골목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돼 이듬해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음악과 과학에 재능을 보였다.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 교육을 받았다가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뒤 스위스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로잔대학 병원에서 신경방사선과 의사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당분간 주 중에 3일 정도는 파리에서 일하고 하루 정도 병원 일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원의원이 되면 어떤 특권을 주는지, 1주일 동안 달라진 게 뭐가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의사로 일할 때보다 수입은 더 적다. 프랑스는 국회의원이라면 좋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인식은 있어도 별다른 특권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에 갈 때도 기차를 타고 다닌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두고 프랑스가 시끄러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크롱의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직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직업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고돼야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고 직업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그만두면 직업 교육 등 혜택을 못 받는 데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돼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직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자영업자를 포함해 재기 가능한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네바에 거주하는 그는 올해 2월 대공연장인 빅토리아홀에서 하프시코드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음악에서 과학으로, 다시 의학으로 다방면에 관심을 보인 이유를 묻자 "음악과 과학, 의학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여러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하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와 공부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라데를 배우기도 했는데 정신적 스승이자 유럽에 가라데를 알린 앙리 플레는 2004년 별세했다. 그는 플레를 만나면서 뇌과학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를 알아보는 현지인들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다. 한국어로 짧은 인사를 건네는 남성도 있었는데 폴로 클럽에서 만난 사이라고 했다.

어쩌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졌을 법도 한데 부인 손정수(32)씨는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을 때 남편은 사회당 당원으로 이미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리아 난민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고 이민자 출신 청년들을 위한 행사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손 씨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성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양부모 얘기를 묻자 "지금은 각자 생활을 존중해주고 있다. 정치에 가족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그의 양부는 변호사로 3명을 입양해 키웠다.

그는 의사로서 1년에 한 번씩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과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셈이다.

그는 한국과 프랑스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묻는 말에 "두 나라가 서로 투자를 확대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잇고 싶다"고 말했다.

선거구가 스위스·리히텐슈타인이기는 하지만 프랑스 전체 국민을 위한 하원 의원이고 실제 업무도 본국과 관련된 게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정치는 10년만 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과 '앙 마르슈'가 유럽에서 좀 더 지지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정치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10년 뒤에는 다른 분야에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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