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자기자본 8조원 확충은 내년말 이후…오버행 부담 완화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증권가는 27일 미래에셋대우[006800]가 네이버(NAVER)[035420]에 일부 자사주를 넘기는 방식으로 자기자본 7조원대에 진입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한 단계 다가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자사주 매각의 재무 효과가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도움이 안 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사는 국내외 디지털 금융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하면서 상대방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5천억원씩 상호 취득하기로 합의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주식 1.7%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주식 7.1%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7.1%를 네이버에 넘겨 3천8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증대 효과를 거두게 됐다. 자사주 매각액에서 이연법인세 1천200억원을 차감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3월 말 현재 6조6천400억원 규모인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옛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산업은행에서 사들인 옛 대우증권 지분이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로 전환돼 자본이 차감됐다. 이에 따라 합병 미래에셋대우의 자본이 합병 전 두 회사 자본의 단순 합산(7조8천억원)보다 적은 6조6천억원으로 계상됐다.
그동안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옛 대우증권 인수 이후 초대형 IB로 가기 위해 자기자본을 1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가 올해 초 자기자본을 8조원대로 늘리기 위해 "4∼5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기자본에 반영되지 않는 자사주를 일부 매각해 자본을 확충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네이버와 자사주 맞교환은 자본 확충과 사업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림수로 평가했다. 특히 고객예탁자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IB에 허용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자사주 차감에 따른 자기자본 증가와 자산(유가증권)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만 이연법인세 자산이 차감돼 실제 증가 규모는 3천800억원 수준으로 자사주 처분 후 미래에셋대우 자기자본은 7조원을 소폭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주가 상승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배를 웃돌아 자사주 매각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에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자본 증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에셋대우가 추가 자기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서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추가 자본확충 가능성이 있다"며 "이익 잉여금으로 자기자본을 쌓는다고 가정하면 목표 달성은 내년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 연구원은 "초대형 IB 조건인 8조원을 맞추기 위해선 아직 1조원이 부족하나 자사주 활용 방식으로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가 자사주 매각이라는 꼼수로 초대형 IB로 가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 효과를 거뒀을지라도 가치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각의 재무적 효과는 자기자본 확대 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사주 매각으로 주당순자산가치(BPS)와 주당순이익(EPS)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BPS는 1만3천665원에서 1만3천182원으로 3.5% 떨어지고, EPS는 784원에서 717원으로 8.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주주 입장에선 BPS와 EPS가 떨어지는 만큼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주당 1만6천518원에 취득한 주식을 주당 1만550원에 매각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자기자본 규모 증가로 자기자본이익률(ROE) 희석 요인이 존재한다"면서 "올해 추정 지배주주순이익 3천820억원을 기준으로 볼 때 ROE는 0.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그러나 그동안 미래에셋대우 주가의 할인 요인이던 자사주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부담이 완화했다는 점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장기적으로 사업 확장 가능성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신금융과 디지털금융에서 성장발판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의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박혜진 연구원도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Line)의 압도적인 동남아시아 점유율로 해외 진출 플랫폼을 마련한 것도 기회요인"이라고 강조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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