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승인으로 재판 시작되면 180일 직무정지…현직 브라질 대통령 첫 기소
1억7천만원 뇌물받고 130억원 추가수수 시도…야당서는 탄핵 요구
(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김아람 기자 = 브라질 연방검찰이 26일(현지시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이날 연방대법원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테메르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호드리구 호샤 로우리스 전 연방하원의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질에서 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노 총장은 테메르 대통령이 호샤 로우리스 전 의원을 통해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인 JBS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행동이 대통령과 연방하원의원의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 15만2천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챙겼으며, 앞으로 9개월간 JBS로부터 총 1천150만 달러(약 130억7천만 원)를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노 총장은 "테메르 대통령이 브라질 국민을 기만했으며, 뇌물을 받는 대가로 나라에 막대한 빚을 졌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2개월 안에 테메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 수 있어 내년 10월 총선까지 브라질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야당은 테메르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성립돼 연방대법원 재판이 시작되려면 연방하원 사법위원회의 심의·표결과 전체 회의 표결을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연방하원 전체 회의 표결에서는 재적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연방대법원 재판이 시작되면 테메르 대통령은 180일간 직무가 정지되고 즉시 피고인 신분이 된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집무실에서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만나 대화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녹음테이프에는 테메르 대통령이 JBS에 세금과 대출 혜택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과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증언을 막기 위해 금품을 계속 제공하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쿠냐 전 의장은 부패 혐의로 지난해 10월 연방경찰에 체포됐고, 부패수사를 총괄하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는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 4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연방경찰은 녹음테이프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화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를 연방검찰에 넘겼다.
연방경찰은 녹음테이프의 내용 가운데 100여 차례 끊긴 부분이 있으나 외부 요인에 의해 편집되거나 사후에 조작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이번 기소와 별도로 사법방해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방경찰은 테메르 대통령 측이 바치스타 대표를 독려해 쿠냐 전 의장에게 뇌물을 계속 주도록 해 부패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정국혼란이 계속되면서 테메르 대통령 정부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 주말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테메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7%, 보통 23%, 부정적 69%, 무응답 2%로 나타났다. 7%는 지난 30여 년간 브라질 대통령 국정 지지율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테메르 대통령 사임에 찬성하는 의견은 76%였고, 사임 반대는 20%였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의회가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은 81%에 달했다.
이날 검찰이 기소 방침을 발표하기 전 테메르 대통령은 "'플랜B'는 없다. 우리는 계속 가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기소에 대한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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