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체, 칩 심어 속도 늦춰…누군가 날 해치려 해" 주장
피해 망상 징후 곳곳서 드러나…검찰, 정신 감정 의뢰하기로
(충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인터넷 수리기사를 살해한 50대 피의자가 과도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께 충북 충주시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점검을 위해 방문한 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A(55)씨는 평소 외출할 때 흉기를 휴대하고 다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누군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집을 나설 때마다 흉기를 지니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런 피해 망상 증상은 집에서 압수된 물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손도끼와 회칼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07년 어머니가 사망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원룸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사이버 주식 거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오던 그는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워지고, 주식 투자에서 잇따라 손실이 발생하면서 결국 피해 망상 증상까지 생겨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이런 피해 망상의 분풀이 대상이 그의 유일한 외부 소통 수단인 인터넷으로 옮겨가 결국 수리기사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려 주식 투자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해 인터넷 업체에 불만이 컸다.
급기야 인터넷 업체가 자신의 컴퓨터에 침을 심어 고의로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사건 당일 인터넷 업체에 수리를 요청한 뒤 점검을 위해 방문한 수리기사 B(52)씨를 보자마자 서비스 태도를 문제 삼아 고성을 지르며 흉기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A씨의 행동에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B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경찰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려 불만이 많았다"며 "인터넷 수리를 위해 집에 찾아오는 기사는 누구든 해치려고 미리 마음 먹었다"고 진술했다.
A씨를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는 "A씨가 피해 망상으로 인해 인터넷 업체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해오다 숨진 피해기사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의 피해 망상 증세와 관련, 정신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 살인 혐의로 구속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숨진 B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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