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이제 편히 지내렴"…순직인정 이뤄낸 절절한 父情

입력 2017-06-27 10:38   수정 2017-06-27 10:49

"딸아, 이제 편히 지내렴"…순직인정 이뤄낸 절절한 父情

세월호 3년 만에 기간제교사 순직인정 근거 마련…"국민·대통령에게 감사"




(안산=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딸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거리로 나서 딸의 명예를 위해 싸워온 아버지들이 3년여 만에 움츠렸던 가슴을 폈다.

27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초원(당시 26세) 기간제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9)씨는 이날 딸의 죽음이 뒤늦게나마 사실상 순직으로 인정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아픈 지난날을 떠올렸다.

김씨는 "자식을 떠나보낸 슬픔이 말도 못했는데 순직을 인정받고자 많은 곳에서 많은 분을 만나야 했다"며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심정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참사 당시 세월호에 타고 있다가 숨진 단원고 교원은 김 교사를 비롯해 모두 12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교사 7명은 순직인정을 받았지만, 참사 책임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당시 52세) 전 교감과 김초원, 이지혜(당시 31세) 교사 등 3명은 그렇지 못했다.

김 교사와 이 교사 역시 순직인정을 받은 다른 교사들처럼 비교적 탈출이 쉬운 세월호 5층 교사 객실에서 학생 객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 대피를 돕던 중 희생됐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같은 이유로 사망보험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의 유족은 5천만∼2억원을 받았다.

김씨와 이 교사의 아버지 이종락(63)씨는 그때부터 딸의 순직인정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들은 여야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면담, 오체투지(무릎을 꿇고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것), 서명운동을 쉴 새 없이 이어가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왔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경기도교육청에 각각 순직인정을 요구하는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싸움도 마다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하도 울부짖은 탓에 성대가 녹아내려 지난 3월 인공성대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래도 끝내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 딸이 제자들과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히 지냈으면 아빠로서 바랄 게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종락씨는 "딸이 평소 기간제교사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려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순직 심사를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사실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버틸 수 있도록 지지해준 국민과 지난 스승의 날에 순직인정을 약속한 뒤 실제 이를 지켜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다른 차별도 점차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기간제교사의 순직인정 근거를 마련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정규공무원 외 직원'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가한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김초원, 이지혜 교사도 유족이 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청구하면 인사혁신처 위험직무 순직 보상심사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거쳐 순직이 인정된다.

zorb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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