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뒤 긴급점검 통과 '제로'…병원·학교·사유주택 등으로 조사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영국 정부가 런던 그렌펠타워 참사 이후 전국의 고층 공공 주거지를 대상으로 긴급 화재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 적격 판정을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지역사회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지난주부터 점검이 실시됐던 고층아파트 75개동 중 1개동도 안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발생한 그렌펠타워 화재를 대형 참사로 키운 원인으로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되자 유사한 외장재가 사용된 영국 고층 공공주택 600여개동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안전검사 결과로 그렌펠타워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영국 정부는 병원, 학교, 사유 주거건물로 검사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자비드 장관은 건물주들이 외장재 샘플을 보내는 등 정부의 안전검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렌펠타워 화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며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화재 안전검사가 미봉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아널드 탈링 영국 화재 안전 전문가는 WP에 "이는 아주 거대한 문제고, 그렌펠타워 화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라며 "가연성 외장재는 고층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교, 레저센터, 병원, 사무실, 호텔에도 쓰였다"도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공공주택의 부실한 안전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캐런 벅 영국 노동당 의원도 건물들이 일제히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은 그렌펠타워 참사가 '국가 비상사태'로 전환되는 상황을 보여준다며 "비극이 영국 공공주택의 과잉확장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의 예비내각에 참여하는 존 맥도널 하원의원은 "희생자들이 정치적 결정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맥도널 의원은 "보금자리를 짓지 않고, 주택을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보다는 금융 투기로 간주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며 "소방서를 닫고 소방관 1만명 줄이며 대원들의 임금을 동결한 정치적 결정도 불가피하게 그렌펠 타워 입주자들의 죽음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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