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보도국장 가디언 기고…"절대군주·독재자 '배수의 진' 쳤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카타르 왕실 소유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이 최근 아랍국들의 폐쇄 압박이 '아랍의 봄'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의 전 보도국장 와다 칸파르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2011년 시민혁명에 반대한 아랍 국가들은 알자지라가 폐쇄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 아랍권 국가들은 최근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를 통해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조건으로 카타르에 1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알자지라와 그 자회사, 카타르 왕실이 지원하는 독립 성향의 온라인 매체 아라비21, 라스드, 알아라비 알자디드 등의 폐쇄도 포함됐다.
칸파르 전 국장은 "카타르 봉쇄 해제의 대가로 아랍 국가가 내건 요구사항은 중동의 숨통을 조이고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미래를 위한 마지막 희망을 죽여버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아랍 국가들)의 실수는 튀니스와 카이로의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 알자지라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알자지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젊은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독립적인 매체가 더 많았다면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혁명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알자지라는 그동안 "아랍 독재정권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아랍국들이 알자지라가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설립됐다거나 오사마 빈 라덴의 대변자라는 등의 중상모략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랍국들의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자지라가 부패하고 악랄한 아랍 통치자들의 공격을 받을수록 시민들은 뉴스 공급원으로서 알자지라를 소중하게 여겼다"며 "외부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칸파르 전 국장은 알자지라의 영문 방송이 중동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면서 서방 세계와 아랍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며 알자지라의 보도를 통해 아랍 국가의 젊은 세대가 마음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자지라가 아랍 젊은 세대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해줬고 그들에게 자유와 희망을 줬다"며 "알자지라를 통해 젊은 세대가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자지라 방송국을 폐쇄하고 방송을 중단하라는 것은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다"며 "부패한 체제의 족쇄를 벗어던진 세대가 선봉으로 나선 민주주의, 자유 세력에 구체제의 절대군주, 군사독재자들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칸파르 전 국장은 "알자지라가 없는 아랍 세계는 더 어둡고, 암울하고 무엇보다 더 적막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