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국제회의, 도쿄서 개막

입력 2017-06-27 14:58  

양자컴퓨터 국제회의, 도쿄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기존 컴퓨터를 훨씬 능가하는 계산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컴퓨터"의 연구성과와 최신 연구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국제회의가 26일 도쿄(東京)에서 개막했다.

NHK에 따르면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구글과 미 항공우주국(NASA), 록히드 마틴을 비롯, 도쿄대학 연구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200여 명이 참가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2진법으로 정보를 표시하는 것과 달리 0이면서 동시에 1이기도 한 전자 등 극히 미세한 세계의 물리법칙을 응용함으로써 지금까지 없던 초고속 계산을 가능하게 한다.

양자컴퓨터를 실현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6년 전 캐나다의 한 벤처기업이 양자컴퓨터 중 양자어닐링(quantum annealing. 약칭 QA)기술을 사용하는 컴퓨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매했다.




이 컴퓨터를 구입한 NASA와 구글이 인공지능(AI)과 획기적인 신약 개발 등에 필요한 "조합최적화문제"라고 불리는 문제를 푸는데 "종전 컴퓨터 1억 배의 속도로 계산이 가능했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연구가 급속히 가속화되고 있다.

첫날 회의에서 구글 관계자는 캐나다 양자컴퓨터를 참고해 독자적인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에 응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는 캐나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할 새로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이 국가 프로젝트로 선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양자컴퓨터의 계산능력을 교통체증 해소와 획기적인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하는 방법 등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회의에 참가한 구글양자인공지능연구소의 하르트무트 네벤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인공지능의 수준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양자컴퓨터 없는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주최자로 현재 실용화돼 있는 양자컴퓨터의 기본원리인 '양자어닐링'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도쿄공업대학의 니시모리 히데토시(西森秀稔) 교수는 "이 분야의 기초연구가 응용되고 있음을 실감한다"면서 "자신이 제시한 순수 기초연구가 20년 만에 여기까지 온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기본 성질인 "중첩(中疊. superposi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이용해 0도 되고 1도 되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1양자비트"라고 부른다. 이런 양자의 상태가 획기적인 계산속도를 가능케 한다.

양자컴퓨터가 한번 처리로 끝낼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양자컴퓨터는 종전 컴퓨터처럼 모든 조합을 처리하고 비교해 답을 내는 게 아니라 10억 가지의 조합이 있다면 양자 비트 에너지 양이 가장 안정된 상태를 찾아내 이중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 조합인지를 순식간에 골라낸다.

이런 계산능력은 "조합 최적화 문제"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는 "조합 최적화 문제"를 종전 컴퓨터의 1억 배의 처리속도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연구에서 밝혀졌다.

앞으로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시간이 너무 걸려 풀지 못하는 실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을 기대되고 있다.

캐나다 벤처기업 디웨이브시스템스(D-WaveSystems)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겉보기엔 가로, 세로, 높이가 3m 정도인 검은 상자다.

그런데 이 상자는 내부를 섭씨 영하 273도의 "절대 0도"에 가까울 정도로 냉각시키는 냉동고다. 일반 컴퓨터에 있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없다. 대략 사방 1㎝ 정도의 칩에 특수한 금속 링을 붙여놓은 "양자비트"가 있을 뿐이다.

링의 가운데를 움직이는 전자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도는 것으로 보통 컴퓨터처럼 0이나 1을 표시한다. 이 링을 절대 0도까지 냉각시켜 초전도상태로 만듦으로써 전자가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한 상태, 즉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중첩" 상태를 만들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속도의 계산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디웨이브 측은 올 3월 독일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과 공동으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도로교통정체 해소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418대의 택시가 일제히 도심에서 공항으로 갈 경우를 가정해 교통체증을 피하면서 최단시간에 도착하는 루트를 찾도록 했다.

폴크스바겐에 따르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로는 결과를 찾는 데 30분이 걸렸지만, 양자컴퓨터로는 불과 몇 초 만에 찾아냈다. 폴크스바겐사는 장차 자동운전 시스템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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