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청 부활…해경 출신 경찰관 200명 '좌불안석'

입력 2017-06-28 06:00   수정 2017-06-28 07:30

해경청 부활…해경 출신 경찰관 200명 '좌불안석'

해경 출신 경찰들 "복귀하면 배신자 눈총·승진 불이익" 걱정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정부가 해양경찰청을 부활해 수사·정보기능을 복원키로 하면서 해경 출신 경찰관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3년 전 해경청 해체와 함께 경찰로 전입해 온 이들은 겨우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했는데 다시 친정으로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좌불안석이다.

28일 경찰과 해경에 따르면 해경청은 창설 61년 만인 2014년 11월 해체된 후 신설된 국민안전처에 편입됐다.

같은 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이 구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해경 조직이 해체되면서 해양 경비, 구조·구난, 오염방제 업무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기존 해경의 일부 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갔다.

해양범죄와 관련한 육상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은 부산지방경찰청과 경남지방경찰청에 각각 해양범죄수사대를 신설했다.

인천경찰청 등 5개 지방청과 인천 중부서 등 16개 경찰서에도 해양범죄수사계를 새로 만들었다.

이때 해경의 정원 505명과 수사·정보 담당 해양경찰관 200명(행정직 3명 포함)이 경찰로 배속됐다.

당시 경찰로 전출되는 인원 선발에 해경 내부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경 출신 경찰관은 "해경 해체가 확정되고 경찰로 넘어갈 인원을 경찰서별로 할당해줬다"며 "부산이나 인천 등 대도시 해경서에서는 '다 간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세월호 참사 후 해경이 많은 비난을 받아 조직에 대한 회의가 컸다"며 "경찰다운 경찰관이 돼보자는 생각에 경찰 전출을 신청했다"고 했다.

3년 전 해경에서 건너온 경찰관 200명 가운데 7명은 퇴직했고 현재 193명이 남았다.






지난 대선 때부터 후보들의 해경청 부활 공약으로 이들도 해경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경찰로 간 해경 출신 경찰관들은 최근 경찰청의 총경 전보 인사를 보고 불안감이 더 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해양범죄와 관련한 육상 수사권이 해경청 부활과 함께 다시 해경으로 넘어가면 해양범죄 수사기능을 담당한 '수사 2과'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경찰청은 최근 본청과 부산·인천·강원·전남지방경찰청 소속 수사 2과장 5명이 전보된 자리에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해경 출신 총경 2명도 대기 성격인 치안지도관으로 발령했다.

경찰도 총경급 인사 적체가 심한 사정을 고려하면 경정급 이상 해경 출신 간부들은 상당수 다시 '친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해경 출신 경찰관들은 해경 복귀 시 따가운 눈총과 인사 고과 등에서 각종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걱정한다.

해경 출신인 다른 경찰관은 "해경에서 경찰로 자리를 옮긴 동료가 전직 해양경찰관을 수사한 적이 있다"며 "해경 내부에서는 이 경찰관이 다시 해경으로 돌아오면 '손본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해경으로 복귀하면 2년 7개월간 경찰에서 근무한 인사 고과는 붕 떠버려 챙길 수 없다"며 "배신자라고 눈총을 받을 텐데 누가 승진을 시켜주겠느냐"고 걱정스러워했다.

해경은 3년 전 육경으로 넘어간 정원과 현원 수를 그대로 넘겨받길 원하지만, 대상자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는 "3년 전 조직이 힘든 상황에서 경찰로 간 전출자들을 '배신자'로 보는 시각은 편협한 것"이라며 "오히려 조직의 '희생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누가 다시 해경으로 복귀할지는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해경은 정원과 현원 수에 대해 경찰이 의견을 내놓으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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