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후변화 난제 언급 안해…파키스탄 테러 경고·국방 등 협력 강조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른바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깊은 우정)를 과시하며 양국 관계의 밀월시대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첫 대면을 하며 굳은 악수를 교환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면서도 다시 악수하는 등 여러 차례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모디 총리는 회담 후 공동 성명 발표장에서 두 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잡기도 하고 말미에는 두 차례 그를 포옹하며 만남을 마무리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기 전인 2014년 사업차 인도를 방문했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의 이 같은 친밀감 과시는 인도가 트럼프 정부에 대해 이견을 부각하기보다 공통의 이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도 언론은 해석했다.
인도 NDTV는 회담 전부터 미국의 외국인 전문직 비자 제한 문제와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등을 놓고 양국의 이견이 있었지만,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견해차는 부각하지 않고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회담 후 양국 정상 성명에서 비자 문제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는 에너지 정책을 언급할 때 "두 정상이 환경과 기후 정책, 세계 경제 개발과 에너지 안보 필요에 관해 균형잡힌 합리적 접근을 요청했다"는 원론적 언급만 했다.
미국은 대신 파키스탄에 대해 테러러스트를 돕지 말라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고 인도령 카슈미르 분리를 요구하는 무장단체 히즈불 무자헤딘의 지도자도 국제테러리스트로 지정하는 등 인도에 선물 꾸러미를 안겨줬다.
인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와 원자력공급국그룹(NSG)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재확인됐다.
20억∼30억 달러(2조2천800억∼3조4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무인기 '가디언' 22대 인도 판매도 결정됐다.
모디 총리 방미에 동행한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차관은 "두 지도자 사이에 눈에 띄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며 회담 분위기가 시종 우호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후 첫 '인도 공화국의 날' 주빈으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을 초청하고 2년여 사이 오바마와 모두 7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전문직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양국관계가 후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이달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인도가 선진국의 수십억 달러 원조를 받는 대가로 협정에 참여했다며 대표적 불공정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이런 우려가 한층 높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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