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영국 농경용 말 '서퍽 펀치' 살린다

입력 2017-06-27 15:59  

비만이 영국 농경용 말 '서퍽 펀치' 살린다

비만인, '튼튼한' 서퍽 펀치 타기 선호…'품종 보존' 노력도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다리가 짧고 몸무게가 경주용 말보다 많이 나가는 영국의 '서퍽 펀치'(Suffolk punch)는 '튼튼한 말'의 대명사로, 주로 쟁기질을 하거나 수레를 끄는 등 농사에 이용돼 왔다.

하지만 농업기술 발달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서퍽 펀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해 멸종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비만인들이 서퍽 펀치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7일 전했다.

영국의 경우 남성의 68%, 여성의 58%가 과체중 또는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




쟁기질이나 수레를 끌도록 하려고 이 말을 구입하기보다는 단순히 말타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퍽 펀치 협회(SHS) 사무국장 재니 바비오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퍽 펀치는 수요 감소로 희귀종이 되고 있다.

희귀품종보호단체인 RBST에 따르면 서퍽 펀치 암컷의 수는 현재 73마리로 지난해 133마리보다 무려 45% 급감했다.

바비오는 "서퍽 펀치는 주로 쟁기질이나 목재 운반 등 일에 동원됐다"며 "하지만 구입하는 사람들은 말 타는 것 자체를 즐기거나 말을 타면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밤색을 띠고 있는 서퍽 펀치는 보통 1.7m까지 성장한다.

경주마와 키는 비슷하지만, 몸무게는 훨씬 더 나간다.

크고 둥근 말굽은 부드러운 흙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RBST 대표 톰 비스톤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영국 말이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서퍽 펀치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영국 왕세자의 후원을 받고 있는 RBST는 서퍽 펀치 보존을 위해 기금모금 행사를 준비 중이다.

비스톤은 "서퍽 펀치를 보호하려는 것은 판다를 보호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래에 석유가 모두 바닥이 날 때 우리는 다시 말을 이용해 뭔가를 끌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마(種馬) 한 마리의 DNA를 보존하려면 7천 파운드(1천만 원 상당)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퍽 펀치를 키우는 나이젤 오클리(73)는 "서퍽 말을 보존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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