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자원보호 '나고야 의정서' 시행 임박…화장품업계 무방비

입력 2017-06-3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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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보호 '나고야 의정서' 시행 임박…화장품업계 무방비

업체들 의정서 잘 몰라…중국, 사드 보복 카드로 활용 가능

"정부 생물자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생물자원 보호를 위한 '나고야 의정서' 시행이 다가왔지만 국내 화장품업계가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자원 이용 때 해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정서가 시행되면 원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체들은 로열티, 원료 수급에서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



◇ 한국, 8월 의정서 당사국…화장품 원료 수입 비중 70%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5월 나고야 의정서 비준서를 유엔 사무국에 기탁해 8월 16일부터 당사국 지위를 받게 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 이용 때 발생하는 이익을 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게 공유하는 국제협약이다.

특정 국가의 생물자원을 이용해 상품화하려면 해당국의 승인을 받고 이익을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자국이 원산지임을 입증한 콩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려면 중국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만든 화장품에서 얻은 이익은 중국과 나눠야 한다.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100개국이 의정서 비준국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원료의 70%가량을 수입하고 있어 상당히 큰 영향을 받는다.



◇ 중국, 여러 원료 원산지 지위 확보 위해 노력



대한화장품협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유전자원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은 유럽(35%)이다. 그 다음은 중국(23%)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냉랭하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나고야 의정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 지위를 갖게 된 중국은 아직 관련 규정을 정비 중이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의 태도를 보면 최대 수준의 로열티(10%)를 요구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여러 원료의 원산지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 제품의 주원료인 고려 인삼도 중국에 연구 자료가 더 많아 자칫 중국이 원산지 지위를 주장하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아모레 제외한 업체들 준비 '글쎄'



국내 최대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나고야 의정서 대응 팀인 CFT(Cross Functional Team)를 결성해 준비하고 있다.

자원 이용에 따른 이익의 공정한 공유를 위해 사용 중인 원료의 원산지 및 재배지를 확인했고 이익 공유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국제 동향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중국 콩을 대체할 토종 콩을 연구해 납작콩에서 항산화 효과 를 지닌 성분을 확인하는 등 국산 원료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생물자원의 가치를 발굴하는 여러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 이외의 업체들은 의정서 규정이나 업계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수준이다.LG생활건강은 "의정서 관련 법령이 나오지 않아 해외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산화 가능한 원료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는 "회사가 보유한 전 원료의 원산지를 파악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분석을 완료하고 국가별 나고야 의정서 관련 규정에 대해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대체 원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1∼2년 안에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생산기업인 SK바이오랜드는 "나라별로 의정서 관련 규정이 상이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료 기업들은 대부분 원재료를 국내에서 구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 "나고야가 뭐예요?"…"정부 비준만하고 대책은 없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준비에 대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환경부 지원으로 2012년과 2015년 의정서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아직도 많은 기업이 의정서가 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 영향을 받게 될 업계가 더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도 문제지만 의정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정부 역시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생물자원의 원산지 지위를 일일이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정부는 비준만 하고 대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분쟁이 생기면 한국기업은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외 생물자원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대체 자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mj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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