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 킬러웨일즈 신임 감독…국내 최초의 NHL 출신 사령탑
"중요한 것은 열정과 투쟁심…내 팀에서는 모두 '전사'가 돼야 한다"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국내 남자 아이스하키팀인 대명 킬러웨일즈의 신임 사령탑인 케빈 콘스탄틴(59) 감독이 인천선학빙상장에 도착한 시간은 27일 새벽 6시.
오전 8시 30분부터 팀 훈련이 시작된다는 얘기에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툴툴거렸던 선수들은 감독의 도착 시각을 전해 들은 뒤 입을 닫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감독 출신인 그는 이틀 전 아들과 함께 입국했다. 한가한 시간은 전날 아들과 나선 서울 나들이가 전부였다.
그는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 대명에 지난 시즌 경기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불과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48경기 전 경기를 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벽하게 봤다.
콘스탄틴 감독이 이날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세부 전술을 가르치면서 참고 자료로 틀어준 영상은 바로 대명의 지난 시즌 경기 장면이었다.
단편적인 일화이긴 하지만 동이 트기 전에 출근하고, 경기 영상 편집까지 손수 한 그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열정이다.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만난 그는 감독직 수락 배경에 대해 "이유는 간단하다. 삶은 모험이지 않으냐"며 "새로운 모험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잘라 말했다.
골리 출신인 콘스탄틴 감독은 1985년 미국 주니어 탑리그인 USHL 소속 노스 아이오와 허스키에서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로 데뷔했다.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 성인 남자대표팀과 20세 이하 남자대표팀에서 코치로, 1991년에는 20세 이하 남자대표팀 감독으로 경험을 쌓았다.
하부리그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1993년 새너제이 샤크스 감독으로 부임해 처음으로 NHL 무대를 밟았다.
그는 새너제이 외에도 피츠버그 펭귄스, 뉴저지 데빌스의 지휘봉을 잡는 등 7시즌 동안 NHL 감독을 맡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6회, 통산 159승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프랑스, 스위스 등 다양한 리그에서 감독직을 수행했고, 올해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성격이 '불같다'고 말하는데, 이건 내 열정을 드러내는 또 다른 표현인 것 같다"며 "아이스하키는 전쟁과 같다. 이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리더십이 필요하며, 리더십은 열정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콘스탄틴 감독은 이날 대명 선수단을 대상으로 2시간 남짓 진행된 훈련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부 전술을 선수들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호통을 쳤다.
대명 선수들과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다.
2016년 5월 창단해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첫선을 보인 대명은 48경기에서 7승 1연장승을 거두는 데 그치며 전체 9팀 중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콘스탄틴 감독은 다가올 시즌 목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승리를 올리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은 엑설런스(excellence·탁월함)"라며 "내가 팀을 평가하는 기준은 승수가 아니다. 소속된 선수들과 코치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극대화했느냐가 내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잘하고, 좋아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아이스하키도 마찬가지다. 대명 선수들이 아이스하키를 사랑하고, 자신의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덧붙였다.
콘스탄틴 감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표팀의 경기 영상을 보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짐 팩(백지선) 감독과 리처드 박(박용수) 코치가 가진 북미 아이스하키의 강점과 한국 아이스하키만의 강점을 잘 접목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는 점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콘스탄틴 감독은 "우리 팀에도 대표팀 선수들이 몇 명 있고, 다른 선수들도 추후 대표팀에 합류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런 모든 문제를 떠나서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체격과 파워가 우월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러왔다. 아시아의 한국에서는 전술과 전략이 달라질까.
그는 "아이스하키는 똑같다"며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스하키에서는 사이즈가 중요하지 않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개 2마리를 키우는데, 덩치 큰 개가 푸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투쟁심"이라고 강조했다.
콘스탄틴 감독은 "아이스하키는 전사의 스포츠"라며 "개인 기술 이전에 싸울 수 있는 정신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내 팀에서는 모든 선수가 전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월 7일 미국으로 돌아가 7월 말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현재 대명에는 외국인 선수 한 자리가 비어 있는데, 콘스탄틴 감독이 미국에서 직접 NHL 출신 선수를 데려올 계획이다.
대명은 9월 2일 홈인 인천선학빙상장에서 하이원과 2017-2018 아시아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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