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이대훈, 동메달 아부가우시와 나란히 시상대…리턴매치는 불발
(무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이대훈(25·한국가스공사)이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의 손을 다시 들어줬다. 10개월 전 손을 들어줄 때 이대훈은 패자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챔피언이었다.
이대훈은 27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8㎏급 결승에서 황위런(대만)에게 26-8로 이겨 2011년, 2013년에 이어 대회 통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시상대에는 아부가우시도 올랐다. 아부가우시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 8강에서 이대훈을 꺾어 그의 그랜드슬램 꿈을 깨뜨린 선수다.
아부가우시는 결국 대회 정상까지 올라 요르단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태권도 팬들은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진이었던 이번 무주 대회에서 이대훈과 가부가우시의 '리턴 매치'가 성사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대훈과 달리 아부가우시가 준결승에서 WTF 세계랭킹 42위인 20세의 기대주 황위런에게 지는 바람에 이대훈의 설욕 기회도 무산됐다.
이대훈은 금메달을 딴 뒤 "아쉬운 면도 있지만 긴장도 많이 해 아부가우시가 올라왔으면 부담도 됐을 것"이라면서 "아부가우시가 결승에 안 올라와서 다행인 면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대훈은 이날 시상식에서 시상대 위에 선 선수들의 손을 들어 함께 축하하면서 자연스럽게 곁에 있던 아부가우시의 손도 잡았다.
이대훈은 "올림픽 때는 낮은 곳에서 시상했는데 이번에는 더 높은 곳에 있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부가우시와 했더라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아쉽게 대결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지만 앞으로 붙을 날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 1등 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대훈은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경기에 임했다.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 거둘 수 있게 남은 선수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은 "처음 딸 때는 워낙 자신감이 있는 상태로 뛰었고, 두 번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라 욕심이 많았다"면서 "이번에는 메이저대회 성적이 안 나오다가 금메달을 따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무주 대회 이전 이대훈의 메이저대회 마지막 우승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고자 새로 손질한 경기 규칙을 적용했다.
이대훈은 "바뀐 룰에 맞춰 훈련을 많이 했는데 1등 했기 때문에 저로서는 잘 적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계속 규칙은 바뀔 수 있으니 빨리 적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훈은 다음 목표를 묻자 "길게 보고 있지 않다"면서 "월드그랑프리 대회 때 좋은 모습 보이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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