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5조원을 들여 건조한 영국 첨단 신형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구형 운영체제인 윈도 XP가 설치됐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윈도 XP는 지난달 전 세계 150여개국을 강타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에 강타당한 운영체제로 MS가 보안 업데이트 제공을 중단한 구형 프로그램이다.
신문은 첫 시험항해를 앞둔 지난주 기자들이 퀸 엘리자베스 호를 탑승했을 때 컨트롤 룸 안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윈도XP 표시가 보였다고 보도했다.
한 국방 관계자는 항모에 설치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일부는 설치 당시엔 좋은 제품이었겠지만 건조에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지금은 다소 낡은 것이 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영국 국방부는 2007년에 퀸 엘리자베스 호와 자매 항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를 발주했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 호 취역 시기는 사업 승인 당시 2015년에서 지금은 2021년으로 미뤄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가 예산배정을 줄인 데다 사업비 자체도 불어나면서 건조 기간이 연장됐다. 두 항모 사업비는 거의 두 배인 60억파운드(약 9조원)로 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가 취역하는 2026년 무렵이면 퀸 엘리자베스 호는 컴퓨터 관련 장비를 재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윈도 XP 설치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사이버 공격 취약성과 관련해선 "(중요한 건)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을 둘러싼 보안 체계이며, 시스템을 둘러싼 보안은 돼 있고 그 핵심에는 아무런 취약성이 없다"고만 답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전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근 조선소 도크를 떠나 첫 시험항해에 나섰다.
전장 280m, 만재 톤수 7만2천t인 이 항모는 수직 이착륙 기종인 첨단 F-35B 스텔스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헬기, 수송용 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402㎞ 반경에서 동시에 1천대 규모의 선박과 항공기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기능이 장착돼 있다. 최대 1천600명의 승조원을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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