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언론사와 작가에 대형테러 협박 편지 배달
경찰, 샹젤리제 차량돌진범 컴퓨터서 같은 내용 파일 확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가스통과 인화물질을 차에 가득 싣고 경찰 차량에 돌진한 범인이 범행 3주 전 언론사에 "프랑스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협박한 편지를 보낸 정황들이 확인됐다.
27일(현지시간)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 아담 자지리(31)가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에서 발견된 컴퓨터에는 3주 전 프랑스 언론사들에 발송된 협박편지와 같은 내용의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
이 파일은 몇몇 프랑스 언론사들에 지난달 29일 발송된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프랑스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8쪽 분량 편지와 같은 내용으로 확인됐다.
편지 작성자는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을 비난하고, 프랑스 경찰에 "방탄조끼와 권총도 우리의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폭탄조끼로부터 너희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또한, 작성자는 프랑스에 수감된 이슬람 테러범들의 즉각 석방과 IS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 중단도 요구했다. 6월 5일까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프랑스를 "피바다"(bain de sang)로 만들겠다는 협박도 했다.
편지에는 아울러 이슬람국가(IS)의 깃발 사진과 차랑돌진범의 승용차 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모델인 러시아 칼라시니코프사(社)의 소총의 합성사진도 동봉됐다.
이 편지는 "프랑스 내 성전의 대변인"을 자처한 '아무 마흐디 알 루미'라는 이름으로 작성됐으며, 완벽한 불어와 함께 잘 짜인 구조로 쓰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샹젤리제 차량돌진범 아담 자지리가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의 특성과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자지리가 이 편지를 썼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컴퓨터에서 같은파일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그가 직접 편지를 작성했거나 그의 컴퓨터로 누군가가 편지를 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자지리가 샹젤리제 거리에서 범행을 하기 직전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에서'프랑스가 이슬람 성전의 전사들이 보낸 경고를 무시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미뤄 그가 언론사들에 협박편지를 보낸 인물과 동일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협박편지는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한 글을 써온 마크 에두아르 나브에게도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은 편지 내용을 더 널리 알리려고 언론사와 함께 유명 작가에게도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편지를 수사해온 프랑스 국내안보국(DGSI)은 차량돌진범의 컴퓨터에서 같은 내용의 파일이 발견되기 전까지도 편지 발송처를 파악하지 못했다.
프랑스 국적의 용의자 아담 자리리는 지난 19일 오후 4시께(현지시간) 파리 최대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승용차를 몰고 경찰의 밴 차량에 돌진, 충돌하는 과정에서 인화성 물질이 터지면서 질식사했다. 다른 사상자는 없었다.
그는 프랑스 정보당국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등재된 뒤 경찰의 감시를 받아왔다. 자택에서는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편지와 함께 다량의 총기와 탄약이 발견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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