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레이크랜드의 사우스웨스트 체육공원.
주말을 맞아 소프트볼 게임에 열중하던 오스틴 스트릭랜드는 더그아웃 근처 벤치에 앉아서 놀던 두 살배기 딸이 어느 순간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시간 스트릭랜드의 딸은 공원을 헤매고 있었다.
주말이라 인파가 많은 탓에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남성이 길을 잃고 헤메는 듯한 여자 아이를 발견하자 다가왔다. 아이는 부모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아이가 위험에 빠져 있다고 판단한 남성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는 공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알아보려는 시도였다. 놀란 아이를 달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한참 동안 아이 부모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이 남성에게 얼마 후 날아온 것은 아이 아빠의 강력한 펀치였다.
잃어버린 딸을 찾아 나선 스트릭랜드는 의문의 남성이 자신의 아이 손을 붙들고 유괴하려 한다고 판단해 다짜고짜 이 남성을 두들겨 팬 것이다.
스트릭랜드와 함께 아이를 찾으러 온 동료 두 명도 폭행에 가세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하며 아이를 도와주려 한 남성은 모두 6∼7대를 얻어맞고 황급히 달아나야 했다.
한 술 더 떠 아이의 부모와 친구들은 이 남성을 유괴범으로 지목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7일 폭스13 뉴스와 NBC 제휴사 W-FLA TV 등에 따르면 온라인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남성의 가족 사진과 신상 명세가 죄다 공개됐다.
오해를 바로 잡은 건 레이크랜드 경찰이다.
개리 그로스 경사는 "그 남성이 아이 손을 붙잡고 주변 사람을 일일이 가리키며 '저 사람이 아빠니?, 아니냐?'라고 물어보며 한참을 돌아다녔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여러 정황에 비춰 길 잃은 아이를 돌봐주려던 선량한 시민이 유괴범으로 몰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릭랜드는 "아이가 없어졌는데, 모르는 남자가 손을 붙든 채 끌고 간다고 생각해봐라"라며 자신이 폭력을 쓸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고 변명했다.
경찰도 "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흥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착한 일을 하려다가 흠씬 두들겨 맞은 남성도 아이 아빠가 오해해 격분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법적 조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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