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10m허들 세계선수권 출전권 확보…"중국 세원쥔과 재대결 기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많은 육상 전문가가 김병준(26·국군체육부대)을 보며 "허들을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 했다.
김병준의 키는 191㎝다. 중국의 '허들 영웅' 류샹(189㎝)보다 2㎝ 크다.
김병준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110m허들에서 13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한국 육상은 "최소한 아시아 무대에서는 통할 선수"라고 기대감을 키웠다.
2년이 흘렀다. 자신의 기록만 세웠어도 쉽게 출전권을 딸 수 있었던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김병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가 너무 안일했습니다."
27일 정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김병준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자책했다.
지난 2년 동안에도 김병준은 국내 일인자였다. 하지만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결정하는 기준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13초2'를 인생 목표로 삼았던 그의 기록이 13초5, 13초6에 머물렀다.
2017년, 김병준의 이름이 다시 육상계에서 오르내린다.
김병준은 지난 12일 태국 방콕 탐마삿대학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태국오픈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허들 결승에서 13초39로 우승했다. 자신이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한국 기록을 바꿔놨고 런던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 13초48도 쉽게 뛰어넘었다.
김병준은 "일단 정신력부터 가다듬었다. '잘해야 한다,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자랐다"며 "이후 기술적인 발전에도 신경 쓰면서 13초3대 기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에서 남자 110m허들에서 13초3대 기록을 세운 선수는 김병준과 셰원쥔(중국·27) 두 명뿐이다. 셰원쥔은 13초21로 아시아 1위, 세계 16위에 올랐다. 김병준은 아시아 2위, 세계 27위다.
셰원쥔은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김병준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선수이기도 하다.
김병준은 "지난 2년 동안 내가 너무 부진해서 셰원쥔과 국제 대회에서 만나지 못했다"며 "7월 아시아선수권(인도), 8월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셰원진과 만난다"고 셰원쥔과의 재대결을 반겼다.
그는 "셰원쥔은 여전히 나보다 몇 수 위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셰원진을 넘으면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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