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안 하면 추가 제재" vs "근거 없는 요구 거부"
사우디·카타르 외무장관 동시에 미국 방문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카타르에 대한 단교·봉쇄를 해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4개국에 요구한 13개 선결 조건을 둘러싸고 양측이 접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8일로 사우디 등이 카타르에 제시한 시한(22일부터 10일 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의 설전은 오히려 더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사우디와 카타르의 두 외무장관은 공교롭게 27일(현지시간) 모두 미국 워싱턴을 찾아 미 정부를 상대로 외교전을 치열하게 벌였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3개 요구사항에 대해 "카타르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협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지원을 중단할 지 여부는 이제 카타르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카타르는 지금처럼 고립된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마르 고바시 주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도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당장 고려하는 경제적 제재가 있다"면서 카타르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바시 대사는 "예를 들어 우리와 거래하는 회사에 카타르와 거래를 금지하는 조건을 붙일 수도 있다"면서 "카타르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제 우리 텐트에 너희는 필요없다. 잘가라 카타르'라고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구사항 중 하나인 알자지라 방송 폐쇄와 관련, "우리는 언론의 자유라는 이념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말하는 건 자신의 말(보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카타르도 사우디의 주장이 근거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 "아랍국가들이 근거 없고, 요구도 아닌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13개 요구사항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또 "요구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해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아랍권의 요구가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강조해 미국의 동조를 요청했다.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 4개국은 카타르와 단교 철회의 조건으로 ▲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 거래 이외의 교류 금지와 주이란 공관 폐쇄 ▲ 터키와 군사 협력 중단 ▲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등 13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들 요구사항이 주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요구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란과 터키도 카타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사우디, 바레인, UAE, 이집트, 예멘 등은 카타르가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지난 5일 외교, 경제관계를 단절한 뒤 교통로까지 틀어막는 등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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