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1만7천28명 10년간 추적관찰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으로, 주로 위에 서식하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중년층 이상의 보균율은 55∼65% 정도로 높은 편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말 그대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사람의 간에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단순 지방간은 대부분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지 않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지방간염(간세포가 파괴되는 염증상태)을 거쳐 간경변(간 조직이 섬유화되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 또는 간세포암(간암)으로도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혁·신동현·김태준 교수팀은 2005∼2013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남녀 1만7천28명(평균 나이 49.3세)을 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균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발생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헬리코박터균이 심혈관계 질환이나 제2형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는 추세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과의 관련성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연구 시작 당시 58.2%(9천918명)가 헬리코박터균 보균자였으며,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모두 지방간이 없었다.
하지만 10년에 걸친 장기 추적관찰 결과 총 3천381명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새롭게 확인됐다. 발생률로 보면 1천명을 1년 동안 관찰했을 때 40.7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로 새로 진단받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헬리코박터 보균자 그룹에서는 1천명당 발생률이 43.2%로 높았던 반면 비보균자 그룹은 37.2%로 낮은 편이었다.
이혁 교수는 "헬리코박터 보균자는 비보균자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도가 21% 더 높았다"면서 "건강검진에서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됐다면 위궤양, 위암 등의 위질환 뿐만 아니라 지방간과 같은 대사질환의 발생과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소화기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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