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관로 편법 사용 논란…요금 감면 형평성 문제도 불거져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주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며 2천여 억원을 들여 준공한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이 산업단지 용수공급 시설로 전락할 신세가 됐다.
부산시는 상수도 요금을 깎아주면서까지 산업단지 내 업체에 담수 수돗물 공급을 추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비상시 사용할 상수도 복선화 관로를 해수담수 전용 관로로 사용하는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 물 선택권 부여 6개월…담수 신청 주민 없어
부산시는 기장군 주민들이 해수담수 수돗물을 마실 수 없다며 반발하자 지난해 12월 기존 수돗물과 담수화 수돗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택권을 부여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28일 현재 담수화 수돗물을 공급받겠다고 신청한 주민과 마을단위 신청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신청이 저조하자 부산시는 기장군 내 산업단지와 수돗물 다량수요 업체를 중심으로 담수 수돗물 공급을 적극 추진 중이다.
공급 대상은 명례산업단지(입주업체 202곳)를 비롯해 장안산업단지(72개 업체) 등 산단 조성이 끝난 4곳과 반룡산업단지 등 올해 말과 내년 완공 예정인 5곳 등 모두 9개 단지다.
여기에다 상수도 다량사용 업체인 고리원자력,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산테크노파크 등에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들 산단과 상수도 다량수요 기관에서 담수 수돗물을 받을 경우 수요 물량은 하루 1만3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해수담수화 시설의 하루 최대 생산량 4만5천t의 28.8%에 이르는 양이다.
문제는 애초 주 공급 대상인 기장 군민들이 담수 수돗물을 외면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끝까지 공급을 반대한다면 2천여억원을 들여 준공한 해수담수화 시설은 산업단지 용수공급 시설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에 있는 해수담수화 생산시설은 물 산업의 해외시장을 선점하고자 이 분야 국산화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진행됐다.
2009년에 착공한 이 사업에는 국비 823억원, 시비 424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이 들어갔다. 기존의 증발식이 아니라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14년 완공했지만 역삼투압 방식이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H-3, Tritium)를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장 군민들은 담수 수돗물의 공급을 반대해 왔다. 이 시설의 해수 취수구는 고리원전 온배수구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 "복선화 관로 해수담수 전용은 편법"…요금 감면 형평성 논란
부산시는 산업단지에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이 일대 상수도 복선화 관로 설치공사를 앞당기기로 했다.
시는 해수담수화 봉대산 배수지 인근 청강 삼거리에서 명례 산업단지 사이 9.7㎞ 구간에 복선화 관로공사를 위해 93억원을 추경에 편성했다.
오는 11월까지 관로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이 관로를 통해 해수담수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지진 등 재해, 정수장 사고 등을 대비해 설치하는 복선화 관로를 해수담수 전용관로로 사용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의회 정명희 의원은 "송수관로 복선화 사업은 비상시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위한 것인데 해수 담수화 수돗물 전용관로로 사용하는 것은 유사시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산지역에는 복선화 관로사업이 시급한 다른 곳이 많은 데 이 곳을 먼저 하는 것은 해수 담수화를 공급하기 위한 편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수담수를 공급받는 업체에 상수도 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시는 해수담수를 받는 업체에 1차년도 30∼50%, 2차년도 20∼30%, 3차년도 10%를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측은 "수도법에서는 형평성 원칙에 따라 요금 감면이 어렵지만 2015년 제정된 부산시상수원 다변화지원 조례에 근거하면 감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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