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업유산] ⑦ 갓후리 치는 날, 집집이 생선 굽는 냄새 가득

입력 2017-07-07 09:25  

[소중한 어업유산] ⑦ 갓후리 치는 날, 집집이 생선 굽는 냄새 가득

봄·가을 마을 사람 총동원…전남 완도 명사십리 갓후리

이젠 피서철 체험으로만…"공동체 결속 다지는 유산으로 보존 필요"

(완도=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마을 어른이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확성기로 물고기가 있는 위치를 알려줍니다. 동네 남자들은 모두 그물을 잡고 지시대로 움직이죠. 한 시간 정도 이리저리 그물을 끌다 보면 물고기가 한가득합니다. 송어, 밴댕이는 물론이고 밴댕이를 먹으러 온 농어도 덩달아 잡힙니다. 갓후리를 치는 날에는 집집이 생선 굽는 냄새로 가득 찼어요."

전남 완도군 신지면 내정리 정호석(54) 이장이 전하는 갓후리 어업 풍경이다.

이장의 학창 시절인 30∼40년 전 추억이라는 게 아쉽다.

후리(引網) 어업은 작업 거점에 따라 배후리(船引網)와 갓후리(地引網)로 나뉜다.

육지를 거점으로 하는 갓후리 어업은 작은 어선이 해안에서부터 바다 쪽에 그물을 풀고 해안으로 돌아오면 육지에서 그물 양 끝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경남 남해 송정 솔바람 해변의 체험 행사가 잘 알려졌으며 부산 광안리 어방 축제에서도 갓후리 방식 고기잡이를 시연해왔다.






정동진, 백령도 등 어촌계와 어촌 체험마을 등에서도 원시 어법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체험 행사가 열리곤 했다.

전남에서는 신지면 명사십리가 갓후리 최적지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자갈이 없고 모래도 고와 그물을 이동하기에 좋다.






이 일대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봄·가을이면 거의 매일 그물질을 하고 하루에 두 번 작업하는 날도 있었다.

마을 생계는 주로 김과 미역이 책임졌지만, 갓후리의 비중도 무시할 바 아니었다.

한 시간여 작업에 산란 철을 맞은 물고기가 그물 가득히 잡혔으며 가을에는 전어떼가 몰려들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구이 냄새가 마을을 덮었다.

힘을 모은 주민들은 전리품을 나누고, 이웃 동네 사람들이 물고기를 사러 오기도 했다.






어업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업 수단으로서 기능이 미미해진 뒤에도 한때는 1주일 간격으로 체험 행사가 있었으나 이제는 외국인, 기업 등 단체 관광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볼 수 있다.

연안 어족 자원 감소로 체험 행사 전에 미리 풀어 놓은 우럭, 광어 등을 잡고 간혹 운이 좋으면 자연산이 걸리는 정도다.






갓후리에 가장 많이 잡혔던 밴댕이도 주변에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거의 사라졌으니 감칠맛 나는 젓갈이나 구이는 귀해졌다.

김중관 전남 어촌특화 지원센터 과장은 "이따금 열리는 체험 행사도 주민의 충분한 공감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것 같다"며 "그나마도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어업유산으로서 보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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