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일본 기업과 가계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 현금을 보유하는 습성이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27일 발표한 자금순환통계(속보)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개인(가계부문)이 가진 금융자산 잔고는 작년 같은 시점보다 2.7% 늘어난 1천809조엔(약 1경8천430조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개인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을 점하는 현금과 예금은 2.3% 증가한 932조엔(약 9천498조원)이나 됐다. 이 중 현금만 따져보면 81조엔(약 825조원)으로 1년새 3조엔이 늘었다.
현금과 예금에 대한 집착은 기업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간기업(금융기관 제외)의 금융자산 잔고는 6.9% 늘어난 1천153조엔(약 1경1천750조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였다. 이 중 현금과 예금은 255조엔(약 2천599조원)으로 전년 같은 시점 대비 5.1% 늘었다.
기업들의 금융자산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영업이익 증가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MBC닛코(日興)증권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기업들의 올해 1분기 결산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20%(24조엔<약 245조원>)나 늘어 사상 최고였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기회복과 관련된 설비투자에 돈을 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담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으로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확대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에 큰 걸림돌이다.
고용이나 기업 도산 건수,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는 좋지만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아 불황 탈출을 위한 정부의 물가 상승 목표 2%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현금과 예금에 대한 신앙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제일생명 경제연구소 호시노 타쿠야(星野卓也) 연구원의 말을 소개하며 개인과 기업이 돈을 담아놓고 있는 것은 연금과 사회보장에 대한 불안과 인구감소로 앞으로 일본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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