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심위 "문화재청의 오색케이블카 불허, 절차도 부적정"

입력 2017-06-28 12:14   수정 2017-06-28 12:19

중앙행심위 "문화재청의 오색케이블카 불허, 절차도 부적정"

행정심판 구체적 이유 공개…"위원 2명이 반대단체 활동"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문화재청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한 데는 실체적 하자뿐만 아니라 절차상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5일 문화재청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데 이어 28일 구체적 이유가 적힌 재결서를 문화재청과 양양군에 송달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온 양양군은 3차례 시도 끝에 2015년 9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고 작년 7월 문화재청에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인 남설악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작년 12월 거부처분을 내렸다.

이에 양양군은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심위는 현지조사 등을 거쳐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이 거부처분을 내리면서 절차상으로 위법의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 위원 10명 중 2명이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반대하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참가단체(대구경북녹색연합, 생명의 숲)에서 이사장 등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또, 문화재위원회 의결은 거수 또는 기명투표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속기록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

중앙행심위는 ▲문화재 보호 필요성과 한계 ▲문화재 훼손 가능성 ▲문화재 접근·활용의 공익적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도 문화재청의 거부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이 사업을 통해 증대되는 국민의 문화향유권이라는 공익이 거부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보다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케이블카 사업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전문가 견해가 크게 상충하며 환경부장관이 사업승인시 부과한 조건을 양양군이 이행하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저감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문화재청이 문화재에 대한 보존·관리 측면에만 치중한 채 그 활용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중앙행심위는 판단했다.

특히 중앙행심위는 "통영 미륵산케이블카의 경우 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 이용약자가 전체 이용객의 20%를 상회한다"며 케이블카 사업의 공익적 필요성을 문화재청이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중앙행심위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문화재청의 거부처분은 재량권 행사를 그르친 '부당한 처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양양군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보호구역인 남설악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현상변경허가를 얻어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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