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되면 희생자로 인정하고 배상해야"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한국전쟁 전후 전남 여수, 담양 등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 유족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최인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 21명의 유족과 상속인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위자료 16억3천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근거로 21명 중 19명을 희생자로 판단했다.
한국전쟁 전후인 1948∼1952년 전남 여수, 담양 등에서 빨치산 토벌 등의 명분으로 군경에 의해 사살되거나 불법 연행되고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29명의 유족은 2013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38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심 재판부는 29명 중 18명을 희생자로 판단,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다며 유족에게 위자료 15억9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1명을 추가 희생자로 인정하고 19명의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진실 규명 결정은 그 내용에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는 등 증명력이 부족함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한 매우 유력한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다. 피해자는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으로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진실 규명 결정에 따라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돌연 진실 규명 결정의 내용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사건의 진상을 새롭게 증명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국가가 산하기관을 통한 진실 규명 결정과 이에 따른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할 법률상 의무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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