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심포지엄서 발언…獨의 對美 무역흑자 문제는 현격한 인식차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에 중단됐던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EU 내 협상파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TTIP 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집권 기독민주당의 경제 심포지엄에서 "EU와 미국 간의 무역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많은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국제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로스 장관은 이 심포지엄에서 화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TIP 협상 재개를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로스 장관이 협상 재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자 메르켈 총리가 화답한 셈이다.
TTIP 협상은 지난해 프랑스 등 EU 내 반대 여론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 영향으로 중단된 데 이어, 자유무역 협상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재개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TTIP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등 기회가 될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TTIP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데다, 로스 장관이 지난 4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협상 재개론이 조금씩 힘을 받아왔다.
로스 장관은 지난달에도 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다"고 언급해 군불을 땠다.
더구나 메르켈 총리와 로스 장관이 이날 한 자리에서 입을 맞춘 것은 협상 재개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메르켈 총리와 로스 장관은 독일 등 유럽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현격한 인식차를 보여 이 문제가 협상 재개에서 핵심 사안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에 대한 독일의 무역흑자를 지적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변경해 이런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650억 달러(74조4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은 독일의 가장 큰 소비자로서 독일 시장에서 더 큰 영역을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독일은 매우 못됐다. 그들이 미국에서 판매한 수백만대의 자동차들을 보라. 끔찍하다. 우리는 이것을 멈출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심포지엄에서 독일 기업들의 미국 직접 투자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받아쳤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논쟁적인 토론을 가질 것"이라고 말해 G20에서 TTIP 등에 대한 논의를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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