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학생 적응 위해 세웠지만 해외출신 1.4%…서울교육청 "일반중 전환해야"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외고·자사고 4곳과 함께 영훈국제중 재지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제중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선안도 함께 내놨다.
국제중은 교육과정 운영 특성화를 위해 지정된 특성화중학교의 한 분야다.
특성화중학교에는 국제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중, 체험·인성 위주의 대안교육을 하는 중학교(대안학교), 예체능계 중학교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성화중학교는 전국에 31곳이 운영 중이다. 국제중이 4곳, 예술중 3곳, 체육중 11곳, 대안학교 13곳이다.
이 가운데 국제중은 처음 설립 때부터 지나치게 비싼 교육비, 과열된 입학 경쟁, 학교운영 비리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돼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은 의무교육 과정에서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특성화중학교 종류를 제한해 국제중을 일반중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중 4곳 중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 2곳이 있다.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지난 5월 공개된 자료를 보면 올해 영훈국제중의 1인당 교육비는 1천123만원, 대원국제중은 923만원이다. 전국 중학교 평균(317만원)의 3배가 넘는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에 보내는 데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학비가 들기 때문에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싼 학비를 받으면서 재단은 학교에 내야 하는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
영훈국제중은 최근 3년간 거의 내지 않다가 지난해 한꺼번에 납부했고, 대원국제중은 지난 4년간 법정부담금 대비 실제 전입금 비율이 3∼8%에 그쳤다.
이런데도 입학 경쟁은 엄청나다. 최근 4년간 두 학교의 경쟁률은 평균 11.09대 1에 달했다.
영훈국제중은 2013년 입시비리 등 문제로 경쟁률이 매우 낮아졌지만, 대원국제중은 반사이익을 본 덕인지 지난해 19대 1까지 올라갔다.
높은 경쟁률 배경에는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뽑아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에 유리한 교육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다.
국제중은 원래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도록 연계된 교육을 제공하고,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할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해외 출신 학생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사립과 강남 3구 초등학교 출신 학생 비율은 대원국제중 61%, 영훈국제중이 44.1%에 달해 부유층과 사교육 시설 밀집 지역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입학한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교 진학도 국제화·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과 동떨어진다.
졸업생의 11.5%만 국제고·외고에 진학하고, 46.8%는 과학고와 자사고에 간다.
서울시교육청은 "대안학교와 예체능 중학교는 지위를 유지하되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고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영재고, 자사고 진학생을 길러내는 국제중은 일반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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