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지연 우려 증폭…가격상승 따른 수요 영향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올가을에 3종의 휴대전화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의 속사정이 대단히 복잡하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애플은 개량형 모델인 아이폰 7s, 아이폰 7s 플러스와 함께 새로운 디스플레이, 무선 충전, 안면 인식 기능을 갖춘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출시 모델들의 업그레이드 수준이 미미한데 실망한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출시를 지켜보는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따른 가격 상승이 수요를 침체시킬 수 있고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탓에 출시가 지연될 수 있으며, 마케팅과 수요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애플이 한꺼번에 3종의 신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철학에서 이탈한 것이다. 소수 정예가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신조였다.
애플이 생산하는 모델은 경쟁사들보다는 수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지난 10년간 색상을 흰색 한 가지에서 6가지로 늘렸고 출시 횟수도 연간 1종에서 지난해에는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 아이폰 SE, 아이폰 7, 아이폰 7 플러스 등 5종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5종의 아이패드, 2종의 애플 워치 버전에 수많은 변형을 가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는가 하면 아이맥 모델은 11종에 이른다. 제품군에는 애플TV와 다양한 액세서리도 포함된다.
팀 쿡 CEO는 제품 다변화를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애플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등극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에어팟 헤드폰의 출시가 생산 차질로 수주일간 지연된 바 있고 지난해 4분기에는 최고가 모델인 아이폰 7 플러스를 적기에 판매하지 못했다.
올가을에 출시될 3종의 신모델, 특히 10주년 기념작의 출시가 지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지문 인식 기술과 관련된 문제점을 이유로 출시가 수주일 정도 늦춰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IHS 마킷의 댄 판지카 애널리스트는 "그들이 단 1주일을 놓친다면 물량과 매출 측면에서는 대단한 숫자가 된다"고 말했다.
애플은 래미네이팅 공정에서 문제에 부딪혔다는 것도 여러 애널리스트가 이미 지적한 사항이다. 지난 2012년에 출시된 아이폰5도 새롭게 채택된 코팅 자재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달 1일 애플에 통신용 반도체 칩세트를 공급하는 브로드컴이 애플 측에서 신모델을 위해 주문한 물량을 생산하는 속도가 지난해에 비해 더디다고 말한 것도 지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10주년 기념작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탓에 지연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OLED는 액정(LCD) 디스플레이보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소수의 회사들만이 제조하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OLED 공급의 압박 때문에 애플은 숙적인 삼성전자에 끌려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용 OLED 시장에서 9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모델인 갤럭시 S8이 이미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애플로서는 추격하는 입장이다. 아이폰을 취급하는 이동통신사들은 갤럭시 S8의 판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펜드 매니지먼트 엑스퍼츠의 존 하버 컨설턴트는 애플이 마케팅 부문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종의 신모델에 대한 수요 예측이 어긋날 경우, 애플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10주년 기념작이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안면인식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점으로 미뤄 대당 가격은 1천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 7s와 아이폰 7s 플러스의 가격은 각각 700달러와 8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잇다. 애플의 현재 주력 모델인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는 현재 각각 649달러와 769달러에 팔리고 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로버트 치라 애널리스트는 10주년 기념작 때문에 아이폰 7s와 아이폰 7s 플러스가 외면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애플에게는 또다른 고민거리라고 꼬집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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