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29일 오전 9시 기준 급식중단 초·중·고교 65곳"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아들에게 도시락을 싸줬어요. 빵이랑 음료수가 대체 급식으로 나온다는데 양이 부족할까 봐 넉넉하게 싸줬습니다."
"파업으로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이지만 학부모들도 피해가 커요. 일하면서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원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같이 말했다. 학부모들은 행여 급식 차질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이 학교를 비롯한 서울 시내 초중고 60여 개 학교에서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날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교 측은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없도록 이틀 전 도시락을 챙겨오라고 공지했다.
성동구 소재 광희중학교에서도 급식중단을 대비해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평소 등교 시간 식자재 차량이 드나들고 조리원들로 북적여야 할 조리실은 한산했다.
광희중 관계자는 "전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미리 안내했다"며 "도시락을 못 싸오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어 빵과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서는 1교시가 끝나는 오전 9시 30분께 뒤늦게 도시락을 들고 와 자녀에게 건네는 학부모도 보였다.
또 이날 급식이 중단된 관악구 신림고등학교에서는 점심 무렵 외출증을 끊어 학교 밖에서 식사하거나 피자를 사러 가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업체에 단체로 도시락을 주문하는 학급도 있었다.
영등포구 영신초등학교에는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전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우모(44)씨는 "하루 연차를 냈다"며 "4학년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떡갈비, 계란후라이, 멸치, 오뎅탕 도시락을 싸왔다. 저도 직장을 다니다 보니 파업 이유가 어느 정도 수긍은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식 노동자 파업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과 급식 차질로 인한 우려가 엇갈렸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하모(40)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식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이를 제한하면서 어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좀 아쉽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밥 대신 빵을 먹는다니 금방 배가 꺼질까 걱정이다"며 "불편하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아이 교육에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암고 3학년 이모군은 "어머니께서 출근하셔야 하는데 아침 일찍 도시락 싸야 한다고 싫어하셨다"면서도 "급식 대신에 도시락을 싸오니 소풍 나온 기분"이라고 웃었다.
급식중단 때문에 학교가 단축 수업을 하니 기분이 좋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단축 수업을 하는 대청중의 한 2학년 학생은 "마침 다음 주에 시험이 있는데 시험공부 할 시간을 벌어서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 도시락을 예쁘게 만들었다는 '인증샷'을 올리거나 아침에 도시락을 싸느라 이제야 출근한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급식조리사들은 파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조리사 박모(41)씨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다섯 명이 모두 파업에 동참했다"며 "업무량과 비교하면 봉급이 적고 신분이 불안정해 다들 파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조리사는 "지난해 파업을 했기 때문에 올해 또 하기가 아이들한테 미안했다"며 "올해는 조리사 10명 가운데 대표로 1명만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비정규직 파업으로 단축 수업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게 하는 등 '급식중단'이 벌어진 초·중·고교는 65곳으로 서울 내 전체 공립 초·중·고교(960곳)의 6.77%였다.
급식중단 학교는 초등학교가 31곳, 중학교가 29곳, 고등학교가 5곳이었다.
이중 빵과 우유 등을 나눠주겠다는 학교가 34곳으로 가장 많았고 도시락을 가져오게 한 학교는 19곳, 단축 수업을 결정한 학교는 12곳이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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