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여학생들 '2차 피해' 우려…경찰 "적법한 절차" 주장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현직 체육 교사가 여고생 수십명을 성추행한 의혹은 받은 사건과 관련, 경찰이 피해 학생 명단을 학교 측에 넘기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법 해석을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여학생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할 경찰이 피해자 보호에 무관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북의 한 고등학교 학생 160여명을 상대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경찰은 '체육 교사 A(51)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설문조사에 답한 학생 25명의 명단을 지난 15일 확보했다.
이 명단은 곧바로 학교 측에 전달됐다.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률 11조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상담 등의 결과는 학교의 장 및 보호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같은 법률 21조에는 학교폭력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직무로 알게 된 비밀이나 가해·피해 학생 등 관련 자료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역시 비밀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명단을 넘겼다.
비밀누설금지 조항보다 학교 측에 통보할 의무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경찰이 학교에 명단을 통보했을 당시는 교사가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권한으로 학생들을 협박하고 경찰 신고를 막았다는 의혹이 봇물 터지듯 터지던 때였다.
학교의 부패 정도나 명단 유출 가능성 등을 살피지 않고 안일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 상담 결과는 학교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절차에 따랐을 뿐이다. 비밀누설 금지 조항이 학교장을 예외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장에게는 통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애초부터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수사하고 조사해야 한다"며 "사건에 적용할 혐의가 명백한데 굳이 다른 법 조항에 근거해 수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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