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80구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81구째 실투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29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0-2로 뒤진 6회말 2사 1, 2루에서 좌완 불펜 그랜트 데이톤에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의 호수비 덕분에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5회까지는 7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류현진은 이날 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이 93.1마일(약 149.8㎞)까지 나왔지만 대체로 속구는 140㎞ 초중반 대에 형성됐다.
이전과 달랐던 점은 이 빠른 공으로도 자신감 있게, 그리고 우타자 몸쪽에 정교하게 꽂았다는 것이다.
포심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5개 구종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했다.
전체적으로 원하는 곳에 공이 잘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제구력이 살아나자 안정감이 뒤따라왔다.
위기도 없었다.
류현진은 4회말 2사 1루에서 안트렐톤 시몬스의 강한 타구에 왼발을 맞아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았을 뿐 구위는 안정적이었고, 제구는 칼날 같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6회말 선두타자 콜 칼훈에게 던진 커브가 높게 형성되면서 우측 파울선 상 바로 안쪽에 떨어지는 인정 2루타를 허용했다.
이날 경기 첫 장타를 내준 류현진은 이후 두 타자를 아웃 처리했지만 시몬스에게 던진 초구 커브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허용했다.
잘 던져오던 류현진은 이 한 방으로 2점을 내준 뒤 힘이 빠진 듯 마틴 말도나도와 제프리 마르테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는 87개였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뉴욕 메츠전처럼 조기 교체를 단행했다.
류현진은 최근 2경기에서 나란히 5이닝 2실점 하며 1승에 평균자책점 3.60으로 잘 던지고도 이닝 소화 능력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에게는 이날 5회까지 투구 수가 72개에 불과했기에 7이닝 이상을 던지며 '이닝 이터'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였다.
올 시즌 적지 않은 홈런을 맞은 류현진으로서는 장타 억제 능력에 대해서도 시선을 바꿔놓을 기회였다.
하지만 81구째 커브가 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커브가 덜 풀린 채 높게 들어왔고, 시몬스의 변화구 노림수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류현진에게는 이 공 하나가 '옥에 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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