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석방 시기 등 언급 안해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최현석 김진방 특파원 = 주권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차 29일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보장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CCTV와 홍콩 TVB 방송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정오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전용기로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해 "9년 만에 홍콩을 방문해 기쁘다"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홍콩방문 목적이 3가지"라면서 "그중에서 첫 번째가 홍콩 특별행정구 20년간 얻은 거대한 성과를 열렬히 축하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길 축원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당 중앙이 20년간 홍콩의 든든한 지지자였고 홍콩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왔다면서 "홍콩 각계와 함께 홍콩의 20년 경험을 모아 미래를 전망하고 일국양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홍콩방문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7월 이후 9년 만이며,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이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홍콩국제공항에서 시 주석 전용기에 올라 영접했으며 홍콩 주민 수십 명이 오성홍기와 홍콩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캐리 람(林鄭月娥·59·여) 행정장관 당선인과 퉁치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 등도 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가수 출신인 펑 여사는 깃을 세운 만다린 칼라의 줄무늬 재킷과 베이지색의 길고 폭이 좁은 펜슬 스커트 등 중국식 의상을 입어 큰 관심을 끌었으며 일부 패션 디자이너로부터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아 가석방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61)의 석방 시기 등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공항을 떠났다.
홍콩 당국은 공항에서 시 주석을 취재하려는 기자 100여 명에 대해 엄격한 보안 검사를 시행했으며 우산 수십 개를 압수했다. 우산은 2014년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물이다.
시 주석은 이날 숙소인 완차이(灣仔) 르네상스 호텔에서 렁 장관을 만나 임기 5년간 일국양제와 기본법 관철, 국가 안전·주권 이익 수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치하하고 이달 말 퇴임 후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부주석으로서 국가와 홍콩을 위해 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시 주석은 대형 문화공원인 서구문화구(西九文化區) 건설 현장을 찾아 홍콩고궁문화박물관 건립에 관한 중국과 홍콩의 협정 체결식에 참석했다.
펑 여사는 까우룽퉁(九龍塘)의 유치원 야우얏췐(又一村)스쿨을 25분간 방문했으며 유치원생들에게 크레파스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펑 여사는 홍콩 교육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은 채 손을 흔들며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차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수업 시간이 연장되고 주변에 경찰관 500명이 배치돼 교통을 통제한 데 대해 불만을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다음 달 1일까지 사흘간 홍콩에 머물며 홍콩·주하이(珠海)·마카오를 연결한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현장과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주둔 부대 등을 방문한다. 람 당선인의 취임 선서도 주관한다.
홍콩 정부는 전체 경찰관 2만9천 명 중 3분의 1을 넘는 1만1천 명을 동원해 24시간 경비 태세에 들어갔다.
시 주석 내외와 수행단의 숙소인 르네상스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는 보안 검사 장비가 설치됐고, 이날부터 나흘간 일반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
두 호텔과 주권반환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릴 컨벤션전시센터 부근에 차량을 이용한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2t 무게의 초대형 플라스틱 바리케이드 300개가 설치됐다.
홍콩 섬과 까우룽(九龍) 반도 사이의 빅토리아항 인근 상공은 다음 달 1일 저녁 6시까지 비행기와 헬리콥터, 무인기 등의 비행이 금지됐다. 시 주석의 경호원들은 홍콩법에 따라 무기를 휴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 등 시민단체가 시 주석 방문 기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
아우녹힌(區諾軒) 민진 소집인(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0년간 일국양제 약속이 물거품이 됐다며 시 주석이 홍콩을 떠나기 전인 30일 류샤오보 석방과 렁 장관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다음 달 1일에는 민주자치 홍콩을 되찾기 위한 대규모 거리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들은 만찬 등 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에게 행정장관 직선제를 포함한 정치개혁 재개와 일국양제 중시 등을 요구하는 공동 서신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부 범민주파 의원은 류샤오보 속방과 렁 장관의 비리 내용을 담은 서신도 준비한다.
앞서 우산 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21) 데모시스토(香港衆志) 당 비서장 등 범민주파 활동가 26명은 전날 저녁 골든 바우히니아(金紫荊) 광장에서 홍콩 주권반환의 상징물인 골든 바우히니아 상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바우히니아 광장 출입은 금지됐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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