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대상 집단폭력에 내 이름 팔지 말라" 인도 곳곳서 시위

입력 2017-06-29 15:39  

"소수자 대상 집단폭력에 내 이름 팔지 말라" 인도 곳곳서 시위

10대 무슬림 소년 희생에 15개 도시서 네티즌 주도 대규모 항의집회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최근 인도에서 16세 무슬림 소년이 힌두교 주민 수십 명에게 집단 폭행당해 숨지자 소수자에 대한 집단폭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29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뉴델리 도심 공원에 2천여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인도 15개 도시에서 소수자에 대한 집단폭력을 비난하는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이들은 "누군가 특정 종교, 사상, 언어, 인종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내 이름을 당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지 말라"고 목소리 높였다.

뉴델리에서 시위에 참가한 주민 파람지트 베르나드는 "예전에도 이 같은 폭력은 있었지만, 지금은 두려운 수준"이라며 "지금은 무슬림들이 공격받고 있지만 내일은 내가 공격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2일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 발라바가르에서 기차를 타고 오던 16세 무슬림 소년 주나이드 칸이 힌두교 주민 20여 명에게 집단 구타당하고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널리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칸은 기차 좌석 때문에 다른 승객과 시비가 붙었다가 점차 모여든 힌두 주민들이 "이슬람 신자들은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를 먹는다"며 칸과 그의 형제들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폭행·살인 가담 혐의로 5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델리상수도본부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시위는 특정 단체가 아니라 네티즌이 주창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전국적으로 시민의 참여를 끌어낸 점도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북에 시위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던 영화제작자 사바 데완은 "이번 시위는 현재 이 나라에 횡행하는 무슬림과 달리트(불가촉천민)에 대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이에 항의해야 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이끌어 나갈 리더십은 없었기에 우리 스스로 시위를 열기로 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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