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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인가, 표현의 자유인가?
'찢어진 눈'이라는 이름의 록밴드
지난달 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 우루과이 대표팀 선수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골을 넣은 뒤 두 손으로 '눈 찢기' 세리머니를 해 보였습니다.
이는 '인종차별적 제스처'로 비난받으며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슬랜트 아이'(slant eye)’라 불리는 이 행동은 눈이 작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slant: 비스듬함, 기울어지다
미국에는 '더 슬랜츠'(The Slants)라는 이름의 록밴드가 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찢어진 눈'에서 따 온 밴드명을 2011년에 상표 등록하려다 거부당했는데요.
연방 특허상표청(PTO)은 이 이름이 아시아계를 비하한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이죠. 그러나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PTO의 결정을 뒤집으며 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결의 근거로 제시된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입니다. 인종차별의 의미를 담은 표현도 상표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준 이번 판결에 여론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스포츠계의 분위기가 고무적입니다. 이름과 상징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스포츠팀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는 상표등록이 취소되어 소송 중인 사례도 있는데요.
미 프로풋볼(NFL) 워싱턴 레드스킨스(Redskins)는 지난 2014년 상표등록을 취소당했습니다. 팀 이름인 '레드스킨스'가 미국 원주민(인디언)을 경멸하는 차별적 단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구단 측은 특허상표청의 결정에 항소로 맞섰습니다. 이번 '더 슬랜츠'의 승소로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한 구단의 싸움이 한층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프로야구(MLB)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1947년부터 사용해 온 '와후 추장' 로고 교체를 두고 고심 중입니다. 인디언으로 불리는 미국 원주민의 편견을 부추긴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자유의지로 지은 이름이니 상관없다'는 두둔과, '수정헌법을 근거로 막말을 허가했다'는 비판이 갈립니다. 표현의 자유,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지원 작가·이홍재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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