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가는 길' 출간 이어 시드니 전시회…8월 다큐 공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을 찾아 56년 전 약 1만5천㎞의 먼 길 여행에 나섰던 한 호주 어머니, 그리그 그 어머니와 한국인 여성 간 우정의 이야기가 양국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해 초 호주에서 책으로 나온 데 이어 최근 시드니에서 전시회가 시작됐고, 오는 8월이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이야기는 호주 동부 브리즈번에 살던 델마 힐리(1905~1971년) 여사가 1951년 한국전에 참전한 아들 빈센트(24)의 전사 소식을 들은 후 10년간 겨우겨우 돈을 모아 아들 묘소를 찾아 부산을 방문하는 내용이다.
힐리 여사는 부산을 다녀온 뒤 여행 일기와 몇몇 자료를 남겼고, 이 자료들은 2014년 언론인인 손녀 루이스 에번스(54)에게 우연히 눈에 띄면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에번스는 할머니의 사연에 감동해 '부산으로 가는 길'(Passage to Pusan)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특히 힐리 여사의 당시 한국 방문길은 한국 언론에도 소개됐고, 이를 본 한국전쟁 전사자의 부인인 김창근 여사(1925~2014년)와의 인연은 또 다른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김 여사는 '빈센트의 한국 엄마' 역할을 맡기로 하면서 해마다 부산 유엔군 묘지를 찾아 빈센트의 묘소에 헌화했고 힐리 여사와 편지 교류도 하게 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현재 손녀 간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출간에 이어 지난 23일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 두 가족을 맺어준 특별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회 개막식에는 에번스를 포함한 힐리 여사의 가족과 함께 시드니에 사는 김 여사의 손녀딸 그레이스 김의 가족 등 양가 가족 10여 명을 포함해 약 160명이 참석했다.
에번스는 인사말에서 "전시를 본 많은 가족과 지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더욱 감동적"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호 양국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경하 주호주 한국대사는 "호주와 같은 나라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은 결코 참전 용사들을 잊지 않을 것이고, 그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는 9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여행 일기, 사진, 편지, 기록 등과 함께 세라믹 보트 등 6개의 설치작품이 전시됐다.
힐리 여사의 이야기는 지난해 주요 언론인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보도됐으며 이번 전시회 소식도 AAP통신, 공영 ABC 라디오 등 호주 언론에 소개됐다.
한편, 책과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현재 시드니 한국문화원과 아리랑TV에 의해 제작 중이며 오는 8월에 개막하는 제8회 호주한국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지난 2월부터 부산 국제시장, 해운대, 영도다리를 포함해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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